허생전 허생전

◎허생전-박지원◎
묵적골에 허생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남산 밑에 조그만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으나 허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바느질 품을 팔아서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루는 그 처가 배가 고파서 평생 과거를 보지 않는데 글을 읽어 무엇 하냐며 장사일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냐는 아내의 핀잔에 10년을 작정했던 공부를 폐하고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고는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를 묻자 변씨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가 변씨에게 만냥의 돈을 빌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변씨는 그가 누군지 몰랐지만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뜻에 선뜻 돈을 빌려주었다. 허생은 그 만냥을 가지고 집에 들르지…(생략)

이천명을 모아 놓고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말하고 섬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남기고 돈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졌다. 그러고 본국으로 돌아와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그러고도 은이 십만 냥이 남자 변씨에게 꾼 돈을 갚었다. 변씨는 허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허 생원 댁이라는 소릴 들었다. 몇 해를 지나는 동안 두사람 사이의 정의는 두터워져 갔고 변씨와 잘 아는 어영 대장 이완이 인재를 찾는 것을 알고 허생을 추천하였다. 이완은 크게 기뻐하며 변씨와 함께 허생의 집을 찾아가 국사를 도와달라고 청하니 허생은 시사 삼난을 들어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더니 대장은 놀라서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쳤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는 사라지고 없었다.

-느낀점-
처음엔 허생이 가난 속에서 글만 읽는 무능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을 읽으면서 과거를 봐서 더 호화스럽고 부유한 생활을 살려 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7년동안 글만 읽느라 바깥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몰랐을 텐데 허생은 만냥으로 더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전혀 모를 것이라는 내 예상을 빗나가고 허생은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완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허위에 찬 사대부의 상징성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