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나서 호밀밭의 파수꾼

무료하고 따분한 방학을 보내던 중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책을 구입하려 서점에 가게되었다. 책 이것저것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호밀 밭의 파수꾼’이었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들은 일화가 있었다. 비틀즈의 멤버인 존레넌을 암살한 마크 채프먼이 살인동기로 호밀 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인 홀든의 영향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한번 읽어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이라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은 매우 부정적인 말투로 쓰여져 있다.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읽을수록 이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다알고 있다는 듯한 따듯하고 아름다운 말투보다는 솔직하고 툴툴거리며 쓴 이런 말투가 더 매력적이고 친숙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평소에 그렇게 책을 즐겨 읽지 않아서 이런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지겨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생략)

한 준비공간으로의 역할을 더 많이 하는 듯 하지만 결국 내가 대학에서 해야할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방향성을 잡아놓는 것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지면 그 이후의 일들은 좀더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대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 가치관이란 것의 어설프나마 테두리는 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내 이야기만 길었던 것 같지만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점들을 솔직히 쓰는 것이기에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호밀 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은 살인자들에게 많이 읽힌다는 것을 레포트를 준비하며 알게되었다. 존 레논의 살해자도 손에 이 책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어쩌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정하지 못하고 가치관도 명확하지 않은 채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주인공의 처지와 불안하고 누군가를 살해할 것을 생각하는 범죄자들의 심리와도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에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과 약간은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다는 점은 같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가 만나는 이들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을 골라낸다. 그리고 냉철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겉으로 그의 행동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그의 행동도 그런 면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가 여자들을 만나거나 그 외의 사건들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속이거나 하는 일이 자주 있다. 나는 여기서 주인공이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똑똑히 밝히고 망가지거나 나름대로의 규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알게되었을 때의 상황과 그 외 귀찮아질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이유를 그는 들었지만 결국에 그는 그렇게 망가지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아니길 바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이름을 빌러 행동을 할 때 그는 이미 자신이 아닌 자기가 만들어낸 허구의 누군가였기에 죄책감이나 그 외의 귀찮은 감정들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도 결국엔 그가 비판했던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부정적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한다. 그저 어른들은 없는 세상에서 낭떠러지를 깨닫지 못하고 달려가는 아이들을 구해주는 호밀 밭의 파수꾼. 어떤 의미인지.. 내 생각에 그는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자기가 혐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도 그와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갈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저 어린아이들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그 아이들을 구하는 존재로 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호수에 사는 오리가 겨울이 되면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어리석은 미친 사람으로 그를 취급하는 세상의 사람들. 거기서부터 그와 세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에게는 지극히 궁금한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별문제 아닌 것이다. 그리고 곧 그도 그렇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런 현실을 자꾸 부정하려하고, 때론 그 현실에 최악으로 자신을 끌고 가기도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많이 혼란스러웠다. 누군가 주인공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초등학교 학생이 생각해낼 법한 것이겠지만 결국 나는 그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우선은 들었다. 그리고 그 후의 무엇인가는 아직 나도 결정할 수 없다. 나도 주인공과 같이 방황하고 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에 지금 나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호밀 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이 내게 나의 방황을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