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파수꾼 호밀밭의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가족들과 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시골길을 지나가다가
허수아비를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나곤 했다.
어릴 적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허수아비가 주인공일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려운 때에 읽었는지라 예전에는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의 의미를 체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대충 세상돌아가는 것을 알 때쯤 읽은 이 책은 학창시절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조금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은 홀든이다.
홀든은 나이가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지만 줄담배와 술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고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네 번의 퇴학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이런 학생이라면 누구나 ??문제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만…(생략)

배회하던 이틀째 밤, 몰래 집으로 돌아가 만난 여동생 피비는 ??오빠는 모든 것이 싫다고 말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봐.??라고 다그친다. 그러자 홀든은 자신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다.
천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자기 밖에 없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서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잡아주는 그런 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욕쟁이에 골초, 색골이기까지 한 홀든이 어떻게 아이들을 순수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비틀어진 세상에 어울려 살기보다는 그런 세상에 괴로워하고 욕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홀든 만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누구에게든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라는 마지막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홀든은 삭막하게 변해가고 힘들어도 기댈 곳 하나 없이 변해가는 세상에 실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충분히 홀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가끔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관심과 우정어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 누군가가 내 손길을 기다리면서 자신을 붙잡아 주길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깐......
호밀밭의 파수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