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이야기를 읽고나서 흑설공주이야기

흑설공주이야기를 읽고나서
여성의 눈으로 본 전래동화, 여성의 눈으로 전래동화의 언어와 형식을 빌린 창작동화 모음. 어린 시절 읽었던 이야기들 속에 숨겨져 있던 여성 폄하의 시각을 발라내고 페미니즘의 상징과 메시지를 녹여넣은 이야기들은 청량감 속에 익살스럽고도 재미있게 읽힌다.
동화에는 꼭 지켜져야 하는 법칙이 있다. `아름다운 여자가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온갖 역경을 뚫고 견뎌내어 마침내는 잘생기고 용감한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영원한 동화의 고전인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등은 이 법칙을 충실히 따랐고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세계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그뿐 아니라 이 법칙은 하이틴 로맨스와 TV 멜로드라마로 `버전 업`되어 동화를 읽고 자란 성인 여자들에게까지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어로 출간된 [흑설공주 이야기](원…(생략)

동화집에서 특히 `마녀`의 권리회복이 눈에 띈다. 광신적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는 산파와 약제사, 의사로서 활약했던 현명한 여인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켰다. 이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완전히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최근 여성학계의 `마녀론`이다. `흑설공주`의 현명한 계모, `막내 인어공주`의 현명한 시어머니, `신데렐라`의 죽은 어머니는 현명하고 영특한 마녀들로 등장한다.
사실, 난 백설공주,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이런류의 동화를 좋아한다. 아마도 그녀들이 부러웠던 것은 아닐까.. 어찌됐든, 결국은 행복해지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게 되니까... 그래서 일까...내가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게 된것은.. 예전의 우리들의 동화는 우리를 알게 모르게 의존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이런 의존적인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예전의 동화는 어쩌면 현실을 외면시하지는 않았는지.... 사실,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들을 동화로 담았다. 물론, 어떤 이는 그건 동화니까 당연한 거지 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지금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흑설공주 이야기"의 동화가 적격일것 같다. 그렇다고 흑설공주 이야기가 현사회에 맞추어 지어낸 이야기라 넘 딱딱하거나, 지루하진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에선 여자들이 주인공이 된다. 얼굴이 이쁘다고 남자들에게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기 발랄하고 긍정적이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줄 아는 멋진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재미와 함께 멋진 여성상에 대해서 의존적이지 않고, 밝게 나아가는 여성상이 우리의 머리속에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