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를 읽고나서 일반독후감 흥부와 놀부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와 놀부` 이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이야기의 주제는 ‘권선징악을 장려하고 악행을 징계하는 일)이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산 흥부는 복을 받고, 불쌍한 동생을 보살피지 않은 악한 놀부는 결국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접한 후, 별다른 의심 없이 `흥부는 선한 사람, 놀부는 악한 사람` 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특히나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흥부를 `착하다` 고만, `놀부`를 `악하다`고만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을 하는 효율성과 소유한 재산, 그 사람의 생활 능력으로 사람이 평가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를 흥부가 살게 된다면 과연 그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구절을 되새겨 …(생략)

흥부의 그러한 선한 행위 때문에 흥부를 바라보는 흥부의 아내와 자식들은 더 큰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고통 받는 모습은 참으로 부모에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또한 그것이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인한 결과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흥부가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현대의 중산층이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 출산` 문제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한 자녀 이상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흥부의 자녀는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지만 대개 10-12명 정도다. (25명 이상이라 말하는 경우도 있다. ) 최근에는 자녀를 많이 두는 것이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되고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먹고 살 것도 없는 중에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낳는 것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사실상 날이 갈수록 자녀를 키우는 데 노력과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만일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고 그것은 곧 `성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부모들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자녀를 `적게` 낳는 것뿐이다. 그런데 흥부는 자식들을 책임질 수 없음에도 10명이 넘는 아이(많은 자녀 수는 정확하게 `몇 명 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흥부가 그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를 낳았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옷이나 음식을 먹지 못한 채 동냥으로 연명을 해야 했던 것이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정당한 몫을 빼앗길 정도로 멍청하지만 착한 흥부는 열심히 일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고, 남의 재산을 빼앗은 놀부는 무위도식하면서도 잘 사는 현실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에서도 늘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그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은 소위 말하는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착하고 바르게 산다고 해도 현실이 그에게 늘 그만큼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흥부가 복을 받았지만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선행을 쌓아서 복을 받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아무래도 복권 한 장을 사는 것으로 복(?)을 기대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푼 선에 대한 보상과 몰인정함에 대한 응징은 곧 그러한 사회상에 대한 서민들의 바람이 담긴 것일지도 모른다. 시대에 따라서 이야기의 의미는 바뀐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흥부는 착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흥부는 결코 모범적인 사람이 아니다. 이처럼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고전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읽을 때 행간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문학 작품이나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