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섬 78번지를 읽고 희망의 섬 78번지

희망의 섬 78번지
어느 누구든지 상상해보자. 서울이 외국군대(예를 들어 일본군)에 점령당해서 일부 주민들이 격리됐다! 그것도 머리를 염색한 한국인만 뽑아서! 게다가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헤어진 게 아니라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인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어느 곳에. 그곳은 하수도관이든 뭐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다 막아 버렸다. 길마저 담으로 쌓았으니까. 그저 정문이 하나 있고 거기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검문을 서고 있을 뿐이다. 버스와 자동차는 모두 빼앗기고 인력거가 다시 등장한다!
아마 여기 갇힌 부자라면 원하는 것을 나가서 사거나 심지어는 술집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뇌물을 위한 자금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또 굉장히 용감하거나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은 깊은 밤중에 담을 넘어서 물건을 훔쳐서 돌아와서 밀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말이다. 이 일은 아주 위험하지만 한번만 성공…(생략)

물론 알렉스도 유태인이고, 게토로 강제 이주된 채 살고 있다.
어느 날 게토가 쑥대밭이 되고 만다. 게토의 유태인 모두를 강제수용소로 끌고 가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알렉스네와 가까운 보루흐 할아버지는 알렉스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셨다. 할아버지(물론 친할아버지인 것은 아니다.)는 알렉스에게 폭격으로 반쯤 무너져 내린 78번지로 숨으라고 하셨다. (그 건물은 게토의 담장과 아주 가깝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을 맞아서 반쯤 부서져버렸다.)또한 보루흐 할아버지는 알렉스에게 혼자 숨을 때의 요령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알렉스를 보낸 다음 독일군의 칼에 찔려 돌아가셨다. 알렉스는 쫓겼지만, 구멍이 아주 좁아진 지하저장소로 숨어들었다. 독일군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갈피를 못 잡고 공포만 몇 번 쏘더니 돌아갔다. 알렉스는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다려라. 일주일이 걸리든 한달이 걸리든 아니 일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알렉스는 그 말을 언제나 명심했다. 폴란드 반란군인 헨릭과 프레딕 아저씨가 게토가 위험하다며 알렉스에게 따라오라고 했을 때도 그는 따라가지 않았고, 새로이 은신처를 만들었을 때도 78번지의 2층을 이용했다.(사다리를 써서) 그리고 볼레크 아저씨(폴란드 반란군 연락병인데 알렉스와 친하다.)가 서류를 작성해서 조카가 되어 같이 살자고, 게토는 곧 해방된다고 해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알렉스는 그렇게 수 개월을 살았다. 마치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그는 그저 아빠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애완용 흰 쥐 `스노우`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알렉스의 은신처아래에서 두런두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불량한 애들이 담배나 피우기 위해 온 적이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의 목소리 중 한 사람의 목소리는 꼭 자신의 아빠 목소리를 닮은 것이다! 알렉스는 수개월간 습관이 된 특유의 조심성을 잃지 않고 일단 대화내용을 듣는다. 그리고 아빠임을 확인한 알렉스와 알렉스임을 확인한 아빠. 알렉스의 희망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희망. 이것이 과연 무슨 힘을 가진 것일까?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냄새나지도 않는 이것이.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아주 어려워 보이는 문제지만 나는 이내 깨닫는다.
희망자체가 힘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