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향수 3

향수
향수라는 책은 한달 전쯤 산 책인데 마침 도서목록에 있어서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서점에서 책들을 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됐는데, 지은이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여서 사게 된 책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나서 그 작가의 책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일 작가치고는 그렇게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내용들은 많지 않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아서 기억에 남기도 했고…
향수는 프랑스의 어떤 생선가게에서 한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아이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그르누이이다. 그르누이는 사람에게서 나는 어떤 특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유모에게 길러지게 된다. 그는 아기 때부터 냄새를 맡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 멀리 떨어진 마을의 냄새까지 하나하나 맡아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의 가장 특이하고 관심을 끄…(생략)

아보내게 된다. 여태껏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온 향수가 그르누이의 것임이 밝혀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르누이는 길을 떠나는데 그는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 그 자유란 것은 냄새로부터의 자유였다. 더 이상 적대적인 냄새, 경계해야 할 냄새를 맡아야 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지긋지긋한 인간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는 그 내면의 자유를 위해 인간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인간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 그르누이는 자신이 여태껏 맡아오던 인간들의 냄새들을 더 이상 맡지 않고 순수한 자연을 느낀 다는 것에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나에겐 그 해방이 인간의 위선, 가식들로부터의 해방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 인간 특유의 냄새란 것이 결코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르누이는 단지 그런 냄새뿐만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인간으로부터 가장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 곳은 프랑스의 한 산맥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은 사면으로부터 인간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 바로 극점이었던 것이다. 그는 어떠한 인간도 지나간 적 없는 그곳에서 순수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주위에 조그마한 천연동굴속에 틀어박혀 하루 중 20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 뱀, 도마뱀들을 산 채로 잡아먹으며 생명을 유지했다. 그는 동굴 속에서 자신의 내면 세계와의 싸움을 겪는더. 그는 그 좁은 공간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를 상상속에 만들어내었다. 그는 여태껏 맡아온 냄새 중 좋아하는 냄새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세계를 그려내었다.

그렇게 7년을 보냈는데, 그는 그제서야 자신에게 사람 특유의 냄새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동굴, 옷, 몸 그 어디서도 체취를 맡을 수 없자 그는 그 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는 다시 어떤 향수 가게로 가게되었고, 그곳에서 향수 제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던 어떤 날 그는 지난 번 그 소녀의 향기를 또 다시 맡게 된다. 이번에도 그는 그 냄새의 근원을 찾아가, 그 근원이 한 소녀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소녀는 아직 어려 그 향기는 아직 미숙했다. 그는 그 때 그 향기를 자신의 향기로 만들 것이라 다짐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그는 드디어 그 향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그 소녀의 향기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다른 소녀 25명의 향기도 모은다. 그는 소녀들을 죽이고, 머리카락을 얻고, 피부에서 향기를 흡수해내었다. 그는 그리 어렵지 않게 그 향기들을 모았고, 결국 그 소녀의 향기도 얻게 된다. 그는 그것들을 이용해 그 누구도 유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향기를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그는 살인죄로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처형당하는 날 그는 그 향기를 자신에게 뿌렸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그를 신처럼 받들고, 그의 향기에 매혹되고 말았다. 그들은 그것에 미쳐버렸다. 그런 그들을 두고 그루누이는 그곳을 떠나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곳에는 도둑, 살인자, 무법자, 창녀, 탈영병 등 온갖 천민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그루누이가 그 향수를 뿜어내자, 한 순간 경외심을 느꼈다. 그들은 그루누이가 천사처럼 보였고, 그 깃털 하나, 날개 한 조각이라도 만지고 싶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그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그의 육체를 뜯어내어버렸다. 그들은 그 몸뚱이를 토막내어 그것들을 먹어버렸다. 그렇게 그의 일생은 끝이 났다.

향수를 처음 읽었을 때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냄새라는 이상한 소재와, 끔찍한 묘사들이 어떤 때는 공포감을 어떤 때는 흥미를 느끼게 하였다. 지난번에 읽었던 좀머씨 이야기와는 달리 많이 어두운 분위기를 느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일생을 그렇게 보내면서 얻고자 했던게 무엇일까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는 돈, 명예 어떤 것도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한가지 목적, 그 궁극적인 향기를 얻는데 삶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에 그렇게 처참하게 죽었지만, 그 죽어가는 순간에도 행복했을 것이다. 바로 그의 삶의 목적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 향기라는 것이 한낱 보잘 것 없는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그에겐 달랐던 것이다.

그것은 그 자신을 이루어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의 어머니는 처형을 당하고, 그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렇게 그는 사악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에겐 흔히 말하는 자아형성의 시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게 아닐까. 체취도 없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그 감정에 이끌려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 때문에 그가 그 향기를 얻고자 모든 노력을 다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향기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을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렇게 결국 꿈꾸던 자신을 만들어낸 그는 어찌보면 모든 사람들이 되고자 하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 자신의 성취인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