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읽고 향수 3

향수를 읽고.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친 책 중에, 해리포터란 책을 보면 `온갖맛이나는 젤리`가 등장한다. 그 "온갖맛이나는 젤리"는 젤리특유의 달콤한 과일향 뿐만 아니라 시금치맛, 소내장맛, 심지어는 코딱지맛까지 존재한다.
그렇게 치면 향수는 `온갖 향기가 책` 정도로 정의를 내려야할까?? 실제로 `향수`란 책에는 진심으로 인간의 온갖향기와 냄새가 모두 깃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기쁨, 슬픔, 긴장, 사랑, 놀람, 설렘, 절망, 증오 등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향기가 모두 잠재되어있었다. 그것도 그르누이라는 한사람의 주인공에 의해서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자인 내가 그 감정에 완벽하게 빠져들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나는 그루누이가 맡는 냄새와 향기를 모두 맡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고, 긴장되는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향수」의 …(생략)

그 장소에 있던 부랑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살해하길 유도하고, 결국엔 그 사람들로 인해서 잡아먹히고야 만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꼽자면 파리의 향수제조인 발디니의 도제로서 일하던 그르누이가 곧 그 일에 한계를 느끼고 산 속의 동굴로 향하는 장면에서의 그르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표현한 부분이다. 그는 그곳에서 인생 최대의 행복감을 맛보았고, 햇빛에 대고 주먹질을 해대는 등의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장면인데, 그 동안 답답하고 꽉 막히기만 했던 그르누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그르누이를 진드기에 비유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최대한 몸을 작게 하고 자신의 몸에서는 아무 것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단 한번의 기회를 고집과 집념으로 견디는 진드기가 바로 그르누이다. 고난의 연속인 삶 속에서도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고 생존을 하기 위하여 몸부림치지만 언젠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더욱더 후각을 예민하게 가다듬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온 한번의 기회를 잡아서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향수를 만들어낸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받은 느낌은 소설 속 그르누이는 세상과의 융합을 거부하고 완전하게 고립된 자신의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쥐스킨트 작가 본인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낀 그르누이가 향수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세상에 다가간 순간 그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의 삶은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작가 쥐스킨트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사람들에게 발사하는 일종의 공포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거부하는 일종의 공포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