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 3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 출판사: 문예
이 소설은 유명하다.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암살 순간에도 손에 쥐고 있었던 책이자, 윌리엄 포크너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던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호밀밭의 파수꾼‘이 50년 간이나 사랑 받으며 ’고전‘으로서 널리 읽혀질 정도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뒤섞여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두서 없는 문체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글이 아닌, 그저 느낀 대로 내뱉는 진정한 1인칭 시점에서의 글이었다. 잡념들은 결코 가공되어 나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이것저것 내뱉는 그런 말인 것이다. 첨엔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주제를 알 수 없었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야 비로소 작가의 놀라운 필치를 실감하게 되었다.
또한 이 글의 색다른 묘미…(생략)

한 교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쳐 이 교사는 자신의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학부모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 교사를 해임시킬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에게 ‘음란하고 저속한 소설’을 읽혔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임을 요구한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교사는 ‘음란하고 저속한 소설’을 좋아하는 변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이 소설을 학생들에게 읽힌 교사가 변태가 아니라, 이 소설에서 ‘음란하고 저속한’ 요소밖에 보지 못한 당시의 학부모들이 진짜 변태였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진면목까지 꿰뚫지 못했던 것이다.

홀든은 3번이나 퇴학을 당하고, 뉴욕의 거리를 방황하며 온갖 나쁜 일들을 했지만, 그가 한 행동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모든 것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외롭다. 낯모르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퇴짜를 맞고, 함께 춤춘 여자들한테서 퇴짜를 맞고, 데이트한 여학생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호텔에서 창녀를 불러 놓고는 나중엔 그저 대화나 하자고 했다가 바보 소리를 듣고 돈만 5달러나 더 빼앗기고...

사흘 동안 거리를 헤매는 동안, 홀든은 여러 사람들을 접한다. 하지만 그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다. 하나는 주인공이 ‘엉터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가 다니는 학교 선생들이나, 룸메이트를 비롯한 학생들, 클럽에서 함께 춤춘 여자들, 호텔 창녀와 뚜쟁이인 엘리베이터 보이, 함께 데이트한 여자친구, 클럽의 피아니스트와 거기서 만난 스탠포드 대학생, 그리고 그의 부모... 이들은 홀든을 둘러싸고 있는 지옥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홀든에게 있어 위안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식당에서 만난 수녀들, 죽은 남동생 앨리, 그의 여동생 비피, 그 외의 모든 천진한 아이들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홀든을 중심으로 대조를 이루며 우리에게 비춰지는 것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홀든이 가장 되고 싶은 것은 호밀밭이 파수꾼이었다.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조그맣고 순진한 어린 아이들도 겪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가 추운 겨울이 되어 호수가 얼어붙으면 호수 위에 노닐던 오리 떼들이 다 어디로 갈까 걱정하는 것 또한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언젠가는 겨울이 오게 되면, 추위에 떨며 호수를 떠나야 하는 오리 떼는 바로 홀든의 모습을 빗댄 것 같다.

홀든이 세상에 의해 상처받고 외로워하며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 볼 때, 그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을 여동생 비피였다. 가장 대화하고 싶은 것도 비피였고, 전 재산을 다 준 것도 비피였고, 서부로 완전히 도망치려 했던 그가 다시 돌아 올 것을 약속하게 된 것도 비피 때문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빗속에서 비피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주는 동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 한다.

여기까지가 주인공이 폐렴 때문에 요양한 요양소에서 퇴원을 앞두고, 지난날들을 회상한 장면이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말한다. ‘말을 하면 모든 것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라고..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외톨이라고 생각했던 과거는 결코 외롭지만은 않았던, 나름대로 추억하고 그리워할 만한, 그리고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어른이 되어 돌아보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어떤 한 학생의 그저 그런 사춘기를 그린 평범한 소설 같지만, 이것이 우리의 사춘기를 소재로 가장 처음 시도된 작품이자, 대표작이고, 더 나아가 셀린저 특유의 독특한 문체와, 시점과, 겉으로 보이는 불량스러움이 파격적이고, 멋지게 포장되어진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