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운수 좋은 날
저자 : 현진건
출판사 : 거울
이책을 읽은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이번 수행평가인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책장을 넘겨 봐야만 했었다. 막상 독후감을 쓰려고 하니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는 게 없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책을 읽을 때면 신중히 생각해 보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운수 좋은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얼마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김첨지는 운수 좋은 날의 아침을 시작한다.
재수가 옴 붙어있던 그에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운수 좋은 날의 아침을 시작한다. 재수가 옴붙어 있던 그에게 이른 아침의 첫 손님은 김첨지를 매우 기쁘게 한다. 설렁탕과 죽을 보며 기뻐할 아내와 개똥이를 생각하며 그의 마음은 푼푼했고 며칠 전 뺨을 후려 갈겼던 일이 못내 아쉽기만 했…(생략)

었다고 농담을 내뱉는 그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다. 궂은 비는 계속 내리고 대문에 발을 들였을 때 정적은 그의 다리를 떨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무 소리도 없이 다만 어린애의 젖을 빠는 소리만이 들린다. 그 빡빡 소리는 빨 다름이지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기에 빈 젖을 빤다고 짐작했을 그였다. 전에 없는 고함소리 "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년" 밀려오는 공포를 떨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왈칵 열렸다. 구역질 나게 하는 추기,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짓내, 빨지 않은 기저귀의 똥내똥내와 오줌내. 더 이상 열거할 수 없는 비극의 극한이었다. 나무 등절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김첨지가 아내에게 욕을 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는 장면 이었다.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천정만 쳐다보느냐, 응"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우리나라의 근대 소설 단편이 주는 감동은 다른 외국의 고전이나 현대소설이 주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근대 단편 소설 특유의 풍자와 해학, 그리고 투박하지만 정겹게 느껴지는 지역방언과 속어의 적절한 황용이 우리민족의 정서에 잘 들어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운수 좋은 날을 단편 소설을 좋아한 이래로 쉽게 접했던 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서 비가 온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음산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첨지의 불행을 암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비가 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력거를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김첨지의 일시적인 행운과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을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행운의 뒤에 숨어 있던 비극. 마치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날, 아무것도 모르고 장례음식을 맛있게 먹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다. 어떠한 것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운수 좋은 날`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돼지꿈을 꾸거나 점괘를 보고 나서 운세가 좋거나 뜻 밖의 행운이 찾아온 날들을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운수 좋은 날은 그런 게 아니라 운수 좋다고 믿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가. "인생은 연습이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주어진 단 한번 뿐인 인생에서 좀더 낙관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첨지는 가난한 인력거꾼으로서 일제 강점기의 비참한 하층민의 삶을 강렬하게 드러내 주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하룻동안 계속된 행운은 결코 행운일 수 없으며 더 큰 불행을 예고하는 것일 뿐이다. 작가는 김첨지를 통해서 일제 강점기에서의 참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러한 참상을 그려냄과 동시에 그러한 참상이 어떠한 우연한 행운이나 운수에 의해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설혹 그러한 행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이 하층민들의 가난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당시의 하층민에게 있어 진정한 "운수 좋은 날" 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왜 그 당시 부유층만 잘살고 하층민의 삶을 그렇게 비참했어야만 하는 그 시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곳에서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나에게 교훈은 준 점은 행운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게을리 사는 것보다 내가 행운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김첨지는 아내가 살아 있을 동안 더 잘해줬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옆에 있는 누군가 병이나 원치 않은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다면 살아 있을 때 잘해 줄 걸 하고 후회를 할 것이다. 평소에 부모님이나 동생, 친구들에게도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나는 다시 한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잘 대해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소설을 보면 그 소설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여러 작품을 많은 읽어보면서 왜 그때 일제강점기 시대 사람들을 빈부의 차가 심했고 가난한 사람은 왜 그렇게 의사도 모르면서 힘겹게 살아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씻어 줄 것만 같다.
먹을 것이 있으면 너무 갑자기 먹어서 병이 나고 없으면 굶어서 병이 나니 너무 안되었다.
그야말로 죽지 못해서 사는 인생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본다.
슬픔을 뒤로 하고 우리는 지금 너무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 책 속에 김첨지 가족을 생각하면 불쌍한 나머지 가슴이 메이는 그래서 소리라도 시원하게 질러야 후련할 것 같다.
나에게 문학을 이해함에 있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이해함에 있어 많은 교훈을 줄 분만 아니라 한 인간 삶을 알게 됨으로 인해 나는 큰 감동을 얻었다.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인간성을 구현하는 맥락에서 주어진 환경을 개척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하지 않았고 단순한 사회 현실의 제시와 고발로 끝을 맺고 현실적인 대한 제시 혹은 작가 의식이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의 교훈을 받았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개척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만약 이 비참한 서민을 개척하고 부유한 삶을 사는 김첨지의 모습으로 끝을 냈다면 이 소설을 인기가 아마 없었을지 모르고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이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첨지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 얽매여 사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운수 좋은 날"은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