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를 읽고 나서 유예… 4

유예
저자 : 오상원
츌판사 : 두산동아
인간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 소설..
요즘에 부쩍 책 읽을 기회가 많아서 좋았다. 물론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었지만, 진짜 목적은 시간이 있을 때 많이 읽어보자는 나름의 다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도 요즘에 읽은 것들 중 하나인데,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다. 아직도 어떤 무거움이 느껴지는 듯 하다. 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까지... 저마다 살아 숨쉬며 살아가고 있고, 모두 그렇듯,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죽는 다는 건 무엇일까?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 답을 찾기는커녕 머릿속이 더 복잡해옴을 느낀다. `죽음.` 도데체 어떤 의미일까? 죽은 다음은...? 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면 끝도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확실한 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을 가진 것들이라면 언젠가는 모두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어…(생략)

, 삶의 단지 한시간여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 속에서 소설은 주인공 `나`가 느끼는 여러 생각들을 서술해 놓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서술된 주인공의 생각들을 통해 주인공이 죽음의 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읽으면서 많이 조마조마 했다. 마치 내가 이 상황에 빠진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얼마나 초조하고 긴박한 상황인가...
그리고 겨우 살아 남았던 동료들 마저 하나 둘 씩 죽어 가는 일들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외롭고, 슬프고, 많이 무서운 생각을 들게 했다. 죽음과 관련된 전쟁에 관한 드라마나 책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 그 느낌이었다.
그가 이 상황까지 온 과정을 보면 어쩌면 살 수도 있었다. 마을에 왔을 때 말이다. 그는 후에 있을 자신의 처지와 같은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총살당하는 장면이었다.
그 피해자가 마치 자신인 듯, 주인공은 그렇게 느끼고서 사수를 겨눈다. 그래서 안타깝게 잡히고 만 것이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고, 그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살아있는 것이 어딘가... 나였다면, 총살로는 죽기 싫어, 더 정확히 하면 총살이 두려워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정말 꼭꼭 숨어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도 아마 가만히 있었으면 발각되진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다.` 이러한 일념으로 주인공은 그 인민군 사수에게 총을 겨눈 것이었다. 주인공의 투철한 사명감과 용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총살... 다시금 무서워졌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어떻게 죽으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더 두려워해야 할 `나`인데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성적이다. `끝나는 일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죽음 앞에서 이성적이고 용감할 수 있다니..... 이 부분은 나에게 인상깊은 구절이기도 하다.
결국 총살을 당하고 죽는 `나`... 그렇게 주인공은 아주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다.
정말 그의 생각처럼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도 이 주인공처럼, 후에 내가 죽을 때 자기를 잊지 않고 죽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잊지 않고 죽어간다는 것이 (이런 생각은 좀 그렇지만)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 그 보다는, 이렇게 죽은 사람은 행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라면...` 하고 많이 생각해 보니, 그처럼 죽음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정말 죽음이 닥친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왔다가 떠나는 것처럼 생각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살아가면서 내 자신 스스로 더 깊어져야할 것 같다.
평소에 생각하기 쉽지 않은 죽음. 그 무거운 주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인상깊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