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좀머씨 이야기 4

책이름 : 좀머씨 이야기
지은이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 : 열린책들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별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 때마다 웃어넘기고 말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내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나’라는 존재가 제멋대로 해석된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유쾌하지 않은 일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좀머씨를 보고 정신병자같다는 생각부터 하였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좀머씨. 좀머씨의 좀 별다른 삶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책장을 넘기다가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놔 두시오.’
좀머씨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좀머씨를 이상하게만 바라보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은 타인까지도 자기 생각에 맞추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행동이 자신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생략)

지 못한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해 보았다. 그의 행동은 어떤 사회로부터의 도피, 두려움으로 인한 행동이었을까? 이런 혼란스럽고 더럽혀진 사회가 아닌 순수하고 어떤 구속도 없을 평화로운 세상을 찾아 끊임없이 걷고 또 걷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작가 또한 철저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햇빛을 싫어해 모든 창문을 가리고 사는가 하면 누군가 그의 작품에 대해 무슨 대화라도 하려하면 금방 질색하며 사나운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작가의 그러한 생활이 사람들을 대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땅 위를 걷고 있는 좀머씨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구속하려고 하는 것들로부터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잘 보이는 듯 하다. 다른 사람의 틀에 맞춰져 살기엔 인간의 마음이란 건 자유분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것들로부터 소리 없는 구속을 받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좀머씨처럼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고 외침을 내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마음 속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끝내 좀머씨는 자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혀 드러내지도 않은 채 조용하게 사라져 버린다. 소년은 우연히 좀머씨의 죽음을 목격하지만 끝까지 누구에게도 좀머씨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혹시 소년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며 항상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이 세상에 항거하는 듯한 좀머씨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소년은 그의 죽음마저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속받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결국엔 소년이 좀머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는 가정을 내려본다. 그리고 한번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나의 자유로운 생각을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 줄 수 있는 사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이 쉽사리 머리 위에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외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놔 두시오!”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좀머씨처럼 이리저리 잰 걸음으로 걷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