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를 읽고 무녀도 5

무녀도
저자 : 김동리
출판사 : 소담
무녀도는 1936년 중앙지에 발표된 김동리의 초기작이면서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무녀도는 7장으로 나누어 서술되고 있는데 1장에서는 일인칭 화가 시점으로 무녀도라는 그림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그 그림을 그린 벙어리 소녀와 그 소녀의 아버지가 소개되는 도입부분이고, 2장부터 마지막 7장까지가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중구조의 액자소설이다.
1장 우리 집은 옛날의 소위 유서 있는 가문으로 진기와 서화와 골동품으로서는 나라 안에서 손꼽힐 말치 높이 일컬어졌다. 그리고 서화와 골동품을 즐기는 취미는 대대 가산과 함께 물려받아 내려오는 가풍이기도 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버지가 장가를 들던 해에 그려진 것으로 어느 날 찾아온 낭이라는 귀가 먹은 소녀와 아비가 할아버지를 찾아와서 사랑에 묻기를 청…(생략)

사람은 모화에게 굿을 청하는 사람들과 봄가을에 한 번씩 낭이를 찾아 주는 그녀의 아버지 정도로 세상 사람들과는 별로 교섭도 없이 살아야 할 씁쓸한 어미 딸이었던 것이다.
모화는 술을 좋아하며, 모든 것을 섬기고 님이라 불렀다.
그녀의 딸 낭이는 복숭아를 좋아했으며 모화는 용신님께서 잠깐 자기에게 맡겼으므로 그녀를 잘 모셔야 한다며 술을 먹다 말고 별안간 미친 것처럼 일어나 낭이에게 달려가곤 했다.
3장 욱이가 돌아온 뒤 이 도깨비굴 속에 조금씩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부엌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낭이도 욱이를 위해 가끔 밥을 지었다. 그리고 밤에도 깜깜하던 기와집 처마 끝에도 희부연 종이 등불이 고요히 걸리는 것이었다.
욱이는 모화가 아직 모화 마을에 살 때 귀신이 지피기 전, 어떤 남자와의 사이에 생긴 사생아였다. 그는 신동이었지만 근본이 미천하여 순조롭게 공부를 시킬 수 없어서 그가 아홉 살에 아는 사람의 주선으로 어느 절간으로 보낸 뒤 그 동안 한 십 년간 까맣게 소식조차 묘연하다가 얼마 전 표연히 이 집에 나타난 것이었다. 낭이가 대여섯 살 되었을 때 그때만 해도 아직 병으로 귀를 먹기 전이라 욱이욱이 하고 몹시 따르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욱이가 절간으로 떠난지 얼마 안되어 자리에 눕게 되어 꼭 삼년 동안을 시름시름 앓다가 그 길로 귀가 먹어 버렸다.
그러나 욱이는 며칠을 가지 않아 모화와 낭이에게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자주 눈을 감고 무슨 주문같은 것을 외우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틈틈이 품속에서 조그만 책 한 권을 꺼내 읽곤 하는 것이었다. 낭이가 수상스레 보고 있으니 낭이에게도 보여주었는데 그 책에는 신약 전서란 넉 자가 쓰여 있었다.
이런 욱이의 하느님은 며칠 지나지 않아 곧 모화의 의혹과 반반을 불러일으켰다. 욱이가 온지 사흘째 되던 날 모화는 아침밥을 받아 놓고 그가 기도를 들리려니까 모화는 불도에도 그런 법이 있니 하고 묻게 되고 욱이는 자신이 예수교임을 밝히고 모화는 잡귀가 들었다며 얼굴빛이 퍼렇게 질리었다. 그러고는 더 묻지 않았다.
모화가 굿을 하고 오면 욱이는 어머니께 그런 것은 죄가 된다며 반발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굿을 하기 시작했다.
욱이는 처음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다가 잠깐 기도를 올리고 일어나 잠자코 밖으로 나가 버렸다.
4장부터 6장까지는 모화와 욱이의 종교대립이 이어진다.
욱이는 예수교인들을 찾아다니며 마을에 교회 짓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어머니와 동생 낭이가 귀신에 들렸다며 그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 드렸다.
한편, 모화는 욱이에게 예수 귀신이 들렸다며 욱이를 위해 굿을 하고 욱이가 잠든 사이에 그의 품속에서 신약성서를 꺼내어 불에 태워버린다. 불에 타는 신약성서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모화가 들고있던 칼에 머리와 목덜미 등어리에 세 군데 상처를 입었다.
모화는 욱이의 병간호에 열중할 뒤부터 굿에는 그만큼 신명이 안 풀린 듯 하였다. 누가 굿을 청하러 와도 아들의 병을 핑계로 대개 거절을 했다. 그러자 모화의 굿이나 푸념의 반응이 이전과 같이 신령치 않다고들 하는 사람이 하나 둘씩 생기기도 했다.
이러할 즈음 이 고을에도 조금한 교회당이 서고 선교사가 들어왔다.
모화는 이제 교회당의 선교사들과 대립하게 된다.
욱이의 병이 겨울철에 들어서부터 표나가 악화되어 갔고 모화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이듬 해 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욱이가 그리던 선교사가 찾아와 욱이에게 성경책 한 권을 건내주고 욱이는 그것을 가슴에 안고 눈을 감았다.
7장 모화는 이제 굿도 나가지 않고 매일 그 찌그러져 가는 묵은 기와집, 잡초 속에서 혼자 징, 꽹과리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미쳐버린 듯 했다.
사람들은 모화를 아주 실신한 사람으로 쳤지만 아까워했다. 이러할 즈음에 모화의 마지막 굿이 열린다는 소문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굿을 하면서 넋두리와 함께 물 속에 잠겨버렸다.
열흘쯤 지난 뒤다.
낭이의 아버지가 낭이를 찾아와 나귀에 태워 그곳을 떠났다.
주인공 모화는 모든 면에서 보통의 여염집 여자와 상반되는 성격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녀는 모든 자연 만물에 대해 내면의 초월적 존재를 믿는 범신론적 사고방식을 지닌 무당으로 예수쟁이 아들인 욱이와 숙명적인 충돌을 하게 된다. 욱이는 모화의 샤머니즘 세계와 대조적인 자리에서 기독교 세계를 대변하는 이념적 인물로 등장하여 이념상의 전통과 번혁이라는 문화적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낭이는 모화의 딸로 귀머거리에 벙어리라는 비극적인 운명의 소유자로 샤머니즘과 기독교 사상의 틈바구니에 서 있는 존재다. 그녀는 상반된 신앙의 갈등에서 오는 한 가족의 비극을 관조하여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원초적인 생명력의 구현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상의 세 인물은 상호 정신간의 정신적 이질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자기 세계에 충실하며 자신의 운명을 철저하게 살아왔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인물이다.
결국 무녀도는 세 인물을 통해 토속적인 샤머니즘의 신비성과 더불어 그것이 외래의 기독교 세력에 떠밀려 몰락해 가는 과정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우리 문학의 교전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