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지구별 여행자
이 책은 저번 내 생일날 학교후배가 선물로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는 시험기간이라서 책을 읽을 여유가 나질 않았다. 받은 책을 책장에서 눈에 띄질 않은 곳에 꽂아두고서는 내가 그 책을 갖고 있는지도 망각한 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한 유명하신 분이 이 책을 소개해주시면서 하단에 이 표지의 그림이 나왔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책이라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그제야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무려 15년씩이나 인도대륙을 돌아다닌 시인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온 `여행자`라고.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성장하기 위해 지구별에 온 사람들이라고. 바로 그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는 책이다. `여행자의 시선`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생략)

노인,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식당 주인에 이르면, 인도의 모든 사람들이 `현자`나 `시인`인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 불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을 얻기 위해서 왔다`는 가르침이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새겨진다.
류시화님의 글은 항상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인도전역을 여행하며 쓴 이번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주 작은 것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인도란 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든다. 모퉁이를 돌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 그렇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다가가는 자신. 인생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한 글인 듯하다. 인도란 나라는 어떤 곳이기에 류시화님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생이나 신에 대해서 자기 의견이 있고 영적인 대화를 쉽게 나누는 건지 마치 딴 세상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다. 긴 여행을 통해 시인이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려진다. 시를 아는 강도 덕분에 날강도를 피한 사연 등, 에피소드 하나가 퍽 재미있고 유쾌하다. 떠돌이별처럼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시인과 함께 인도를 여행한 듯, 기분이 맑고 개운해지는 여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