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고 삼국지 6

삼국지, 중국 광활한 대륙의 살아 숨쉬는 역사이야기.
아직 만화가 더 재미있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의 매력적인 이야기 삼국지는 나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귀신과도 같은 제갈공명의 뛰어난 전략 전술은 더욱 그 속으로 빠져들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조금 더 크고 난 다음 지금 읽는 삼국지는 그때와는 좀더 다른 느낌이다. 연의라서 실사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었고 무턱대고 유비만을 지지하고 조조를 비판하는 입장도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여전히 나를 푹 빠져들게 만드는 그 매력이다. 10권이나 되는 책을 그렇게 순식간에 읽은 것은 처음이다.
유비가 처음 탁현에서 장비를 만나고 그 다음 관우를 만나고 서로에게 끌리어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의형제를 맺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사실 셋 중 가장 나이가…(생략)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눈을 믿고 그를 데려와야 한다는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태도가 멋있었다. 한나라의 왕이 될만했다.
삼고초려 말고도 기억에 남는 부분은 유비가 조조의 곁에서 도움을 받고 있을 무렵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둘이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다. 조조는 마음속으로 항상 유비가 자신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왔고 은근히 유비에게 세상의 영웅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조조의 생각을 읽은 유비는 자신의 진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돌려가면서 대답을 하지만 위기가 닥친다. 조조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이세상의 영웅이라 할만한 사람은 당신과 나 둘 뿐이라고. 일촉즉발의 위기이지만 때마침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기회를 잡은 유비는 그 천둥소리에 놀란 듯 숟가락을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조조의 의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로 빛나는 재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삼국지의 결말까지 유비가 영웅이지는 못했다. 제갈공명과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도움을 받아 촉나라를 세우는 대업을 이루지만 관우와 장비가 세상을 떠나고 유비도 그들을 따라 세상을 뜬다. 유비의 아들 유선이 그의 뒤를 잇지만 그만큼의 그릇이 되지는 못했는지 결국 위나라에 항복하고 만다. 유비의 한평생에 걸친 노력의 댓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슬픈 순간이었다.
읽는 순간순간 심장을 졸였고 흥분을 하고 때로는 즐거워하며 때로는 슬퍼했다. 그렇게 이 책에는 바로 인생 자체가 들어있다고 할수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와 배반, 사람의 욕망과 나라에 대한 애국심. 과연 삼국지를 세 번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할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