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읽고 연금술사 7

연금술사를 읽고...
사춘기가 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정체감을 많이 느끼고, ‘자아실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나 고민을 하게 했던 점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뭔가를 버려야 하는가였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이성과의 교제는 하지 말아야 하나, 또 아예 놀지도 말아야 하나...
두 번째 고민은 이미 해결된 바였다. 미국 속담 중에도 있지 않은가.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공부한 만큼 스트레스는 풀어줘야 하니까.
하지만 ‘이성과의 교제’ 문제는 정말 의문이었다.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 지금 너는 공부를 해야할 때…… .” 물론 난 지금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학생이기에 별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진정한 로맨스(?)를 그릴 때엔 내 목표에서 조금 멀어질 것 같아서였다. 둘 중 하나는 버려야만 할 것 같았…(생략)

이 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게 꼭 정해진 운명 같아. 이 곳을 답답해하는 것도 그렇고, 힘들기도 하고 울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꼭 성공할 것 같아.”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도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게 이 책에 나와 있었다. 책에서는 그것을 ‘마크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록되 있다’라는 말인데 신의 손에 우리의 운명이 모두 기록 되 있어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라는 것이다. 위인전기를 읽을 때도 주인공의 생각을 바꾸게 될 결정적인 인물이나, 사물, 책, 사건 등이 있고 그런 일들을 거쳐 주인공이 성공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 사람은 원래 저렇게 될 운명이었어, 타고났어!’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산티아고가 양을 팔고, 도둑을 만나 돈을 잃고, 다시 돈을 벌게 될 때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이 크리스탈을 팔아 모은 바로 그 돈인 줄 알았다. 그리고 자아의 실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 돈은 별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산티아고는 사막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연금술사를 만나게 된다. 그 때 난 산티아고처럼 단지 연금술사가 쇠를 금으로 바꾸는 것에만 흥미를 두었다. 그래서 ‘나도 연금술사가 되면 떼돈을 벌텐데.’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자아도, 산티아고의 자아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 난 알고 있다. 만일 내가 내 운명만을 믿고 자아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라도 내 생각이 틀렸다는 후회를 안고 정말 열심히 노력할 거라는 걸, 어차피 노력할거라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겠다는 걸, 지금 후회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 시기가 한 때 뿐이란 걸, 한 과정이란 걸. 마치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갔다가 결국엔 자신이 가본 적 있는 낡은 교회의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결국 산티아고가 도적들을 만나 죽을 뻔한 것도 무화과나무에 가게 될 과정이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점이 있다. 바로 ‘자아의 실현’은 신의 손에 기록되어 있지만 산티아고처럼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만이 온 우주가 그를 도와준 것처럼 행운이 뒤따른다는 걸 말이다. 또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용기와 끈기만이 큰 보물을 얻어다 준다는 걸 알았다. 그 보물이 물질적인 것이든지, 정신적인 것이든지 말이다.
자아의 목표와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자아를 이뤄내느냐, 포기하느냐는 개인의 끈기와 용기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99만 9천 9백 99개의 돌을 깨뜨려 놓고선, 단 하나만을 더 깨면 에메랄드를 캘 수 있는,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끈기가 부족해 자아를 실현하지 못했던 그 어리석은 채굴꾼은 되지 말자고, 부족한 끈기로 이 때까지 쌓아왔던 노력과 수고마저 무너뜨리지 말자고.
나중에 내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고 난 뒤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은 것도, 지금 이 순간도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난 내가 이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그 과정이 ‘연금술사’라는 이 책이라는 것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책을 덮으며 앞으로 내가 절망하거나 무언가를 하기가 싫다고, 힘들고 어렵다고 도중에 포기하려 할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줄 그 신비로운 한마디를 작게 되뇌어본다. “마크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