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나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나서
엄석대의 반 아이들은 모두 자기가 되고 싶은 이상을 스스로 일구는 것이 아니라 엄석대에게 덮어씌워서 그를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다는 나희의 생각은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본질적인 문제와 그것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한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엄석대라는 영웅은 한 학급을 장악하여 철저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빛낸 것이 아니라 결국의 대중(그 반의 여러 아이들)의 욕구를 대리충족해 준 허수아비에 지나질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엄석대가 대리충족해 준 아이들의 욕구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그 반대의 것도 갈망하는 모순된 존재이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통제되고 간섭받고 요청받는 것을 싫어한다. 나를 속박하는 모든 것을 떨쳐내려 한다. 그와 동시에 내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는 다시 불안해 한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