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나서 잎싹, 당신은 여린 막 속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눈, 코, 귀 그리고 그 흔한 몸뚱이조차도 갖지 못한 채 주름지고 연약한 무생물을 낳았습니다. 차디찬 철창바닥이 아닌 따스한 황토위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암탉과 자신이 낳은 허위와 실익에 젖어버린 주름지고 보호받지 못한 무생물 덩어리를 바라보며 찢긴 듯한 아픔과 고통 속에서 그렇게 당신은 눈물지어 왔습니다. 당신이 폐계가 되어 철창을 벗어나던 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노련한 사냥꾼의 눈빛에서 당신은 아마도 자신의 삶이 마당의 암탉처럼 평탄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겠지요. 당신이 나그네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게 되고, 나그네의 비극적인 죽음과 그의 알을 품게 되었을 때 당신은 벅찬 감동과 쓰라린 고통 속에서 그렇게 또다시 몸서리쳤지요. 가슴의 털이 빠지고 민둥한 가슴에 품었던 나그네의 알에서 태어난 갈색빛의 어린…(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