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을 읽고나서 냄새가 코끝에 풍긴다. 깊숙이 어둠 속에 몸을 사리고 우리가 그 앞을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불타는 악취를 온 몸에서 뿜어내는 존재가 이 책을 통해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지나쳐가는 기우처럼, 그것 역시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 책의 글자 하나하나가 점차 그 아침에 지나치는 기우에 불과했던 그 존재를 서서히 눈앞에, 그리고 현실에 형상화하여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정신과 영혼에 종말을 고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