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고향을 읽고나서

루쉰의 고향을 읽고나서
루쉰의 단편 소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향`에 대한 독후감을 쓰기 전에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짧게나마 소개한다. 루쉰의 치열했던 생애와 작품세계를 내가 감히 쓴다는 것은 사실은 주제넘은 짓이다. 그는 나에게 있어 거대한 산맥 같은 존재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루쉰의 작품을 읽는다. 독후감 `고향`도 오래 전부터 여러 번 읽은 작품이다. 그가 일평생동안 투쟁한 문학정신의 ‘기’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머리를 한 대 후려치듯 각성을 느끼기 위해 여전히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의 문학을 읽는 것이다. 세계적인 고전이 된 `아Q 정전`의 작가 루쉰이 살았던 시대는 중국의 대 혼란기였고, 일본. 유럽 등 열강들이 시시각각 노대제국을 집어 삼키기 위해 촉수를 뻗쳐오던 시기였다.
1881년에 태어나 1936년 사망할 때까지 문학을 통해 민중의 편에 섰고 이들을 개조하기 위해 목숨이 경각에 달려…(생략)

고향의 맨 마지막 구절은 유명하며 희망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1921년 씌어진 이 작품은 한국 정서에도 잘 맞는 작품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혹한이 계속 되는 겨울이 되면 가끔은 단편 `고향`을 떠올린다. 그래서 오늘처럼 맹추위가 기세를 떨치는 날 따뜻한 방에서 `고향`을 펼쳐 보는 것이다.
“나는 혹독한 추위를 무릅쓰고 2천여 리나 떨어진 먼 곳에서, 2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라고 `고향`은 시작된다.
20년 만에 돌아 온 고향은 온통 황폐한 마을들뿐......주인공 `나`는 울컥 슬픔을 느낀다. 나는 이제 고향의 가산을 모두 정리하여 도시로 옮겨 가기 위해 왔다. 20년 만에 만난 어릴 적 고향 친구는 초라하고, 신해혁명으로 인해 왕조가 몰락했지만 여전히 봉건시대에 머무르고 있음을 본다.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마을 사람들은 옛집을 떠나 타향으로 이주하고 있는 중이라 고향은 을씨년스럽다. 열몇 살 무렵의 고향 친구와의 만남은 어릴 적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놀던 시절, 새덫으로 새를 잡아주던 아이, 천하무적처럼 용감한 아이였던 고향 친구. 다시 만난 그는 많은 자식들, 흉작, 무거운 세금 등에 짓 눌려 장승처럼 변해버려 옛 모습은 간 데 없다. 청조가 무너졌지만 고향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나는 고향집 남은 물건 중 필요한 건 모두 친구에게 준다.
피폐한 삶을 살고 있어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향 친구와의 작별, 고향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배를 타고 그곳을 떠나면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
황폐한 고향에 남은 그와 ,살 길을 찾아 .도시에 정착하기 위해 떠나는 `나`역시 고향 친구와 다를 바 무엇인가. 나는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지상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