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고나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고나서
김포시는 도농복합지역이다. 아파트가 즐비한 가운데 아직도 황금의 벌판이 있고 신도시 개발로 파헤쳐진 땅을 너머 시골의 정취가 가득하다. 강화도까지 길게 이어진 김포의 모습은 하지만 인구 50만을 지향하느라 마구 파헤쳐지고 무작위로 깍여나가고 있다. 몇 대 아니 몇 십대에 걸쳐 농사를 짓던 사람들에게 개발은 많은 보상금을 가져다주었지만 땅에서 나서 땅과 함께 살던 사람들은 할 일을 잃어버렸다.
도시는 딱딱해졌고 농촌은 팍팍해졌다. 도시의 사람들은 더욱 정돈되고 편리해지기를 원하고 농촌의 사람들은 개발의 열풍이 더 거세게 불기를 원한다. 도시는 그렇게 아름답지도 계획적이지도 못하게 성립되어간다. 김포의 모습이다.
영국의 직거래마켓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한 여성이 자신이 즐겨먹던 채소와 과일들이 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수입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자기가 거…(생략)

어떻게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생필품들을 해결할 것인가라는 과제 속에 탄생했다. 철저한 계획경제로 이루어진 공산국가 쿠바의 재탄생인 셈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는 쿠바의 지도자들과 국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만들었고, 그 모색은 도시농업의 발전, 녹색의학의 보급, 유기농 식단으로의 변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많은 자본과 고도의 설비를 사용하지 않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계속 만들어졌으며, 풍부한 자금이 없었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재 육성으로 어떤 벽지에도 곧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 적정기술들이 고안되었다. 아데나를 비롯 쿠바의 도시들은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로 변해갔으며, 이제 자급자족을 넘어 수익사업으로서도 각광을 받고있다. 고기 위주의 식생활로 비만과 성인병이 넘쳐나던 쿠바 사회는 철저한 무공해 친환경으로 생산된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변모되었으며, 미국의 경제봉쇄의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해내었다.
이제 이들의 도시농업은 관광자원까지 되어 관광수입까지 얻고 있으니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적적인 일들은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와 자발성에 기초한다. 지도부는 국민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들과 함께 했다. 함께 줄을 서서 배급을 받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픔을 나누었고 위기 타결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 고민하고 행동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오히려 독재 속에서 더욱 더 가난해지고 힘들어지는 다른 나라들과 대비되는 아름다움이다.
어려울수록 노인과 여성, 장애자와 어린이를 우선했고 경쟁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이전에 전체의 이익을 챙겼고, 없는 자원 속에서도 정말 필요한 복지는 확대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유기농으로의 전환을 시작했으며, 이에 동참한 국민들에 대한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도시 속에서의 농업 정착은 모두가 먹고사는 것에 대한 절실함과 함께 살고자하는 절실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쿠바 사람들의 국토 녹화에 대한 신념은 뿌리가 깊다. “모노컬처(단작으로 대량생산을 지향하는 농업)에 그 생명을 맡긴 나라는 자멸한다. 수목없는 땅은 빈곤하다. 숲이 없는 도시는 병들게 되고, 수목이 없으면 대지는 말라버려 빈약한 과실밖에 열리지 않는다”라는 호세 마르티의 말처럼 쿠바는 식민지 시절과 사탕수수 단작을 통해 삼림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새로이 시작된 국토 녹화계획은 전 국민의 참여 속에 이루어졌으며, 식량 생산 계획에서 시작된 도시농업운동은 도시 생태계의 다양화와 목재, 연료 등 생활 자재 전반의 자급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무를 심는 것은 생명을 심는 것입니다.”
아바나의 절절해서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식량의 자급자족이 국가의 존폐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되었다. 삶의 기본이 되는 먹거리가 다른 나라에 의존될 때 우리의 삶은 이미 우리 스스로의 삶이 아니게 된다. 이미 우리 먹거리들은 많은 부분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예상치못한 상황의 변화 속에서 그 수입이 원활치않아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어찌 담보할 것인가.
또한, 우리 몸에 조화로운 먹거리의 섭취 또한 삶의 가장 기본되는 부분이다. 유기농, 친환경이 많이 번져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있는 사람들의 잔치인 것이 사실이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들은 개발 속에서 아파트로, 도로로, 상가로 바뀌어지고 있고, 강 주변의 농지들은 자전거 도로와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쿠바가 겪은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들은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줌과 동시에 일말의 절망을 준다. 희망은 그들보다 우리의 환경이 훨씬 낫기에 시작만하면 더욱 빨리 녹색과 생태의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절망은 이를 주도하고 국민들을 이끌고가야 할 정부와 관료들의 인식과 자질 부족, 더 큰 것은 권력을 자신의 도구로만 활용하는 낮은 도덕성이다.

쿠바가 겪었던 위기는 결코 쿠바의 위기만은 아니다. 이미 석유와 식량 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할 때 모색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지금 분명 위기이다. 삶의 기반이 되는 농업과 축산업과 임업이 죽어가고 있다. 도시만이 남아서는 살아갈 방안이 없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주어져야 하고 그 로드맵에 맞추어 우리의 희망을 짜가야 한다. 그것이 이 작은 국토에서 이 많은 국민들이 함께 숨을 쉬며 함께 삶을 섭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다. 아바나는 우리에게 그 방안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