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평범한 여인 카타리나는 어느날 밤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사실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범죄자였고, 그와의 연관성 때문에 저속한 언론 매체들을 그녀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조금 부족했지만 나쁠 것 없던 그녀의 삶은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신문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명예 훼손이나 인권 유린 등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언론 매체이다. 이러한 신문의 헤드라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평범하고 성실한 인간이었던 카타리나를 그녀를 취재하던 기자를 살해함으로써 살인자라는 폭력을 자행하도록 몰아간다.
언론의 힘은 대단한다.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이슈화시켜 선거를 엎치락 뒤치락 하게 만들기도 하고 상품 판매량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한 개인을 신격화 할 수도, 혹은 죽음에 이르게 할수도 있다. 때문에 언론은 절대 타락해서는…(생략)

에 시달릴 것이고 결국 문을 닫거나 대기업이 원하는 기사를 실어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의식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거머쥐게되고 결국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기존에는 뉴 미디어인 인터넷을 통해서 전통적인 정보 제공 매체인 신문의 평향성을 개인이 극복해 나갈 수 있었지만 인터넷 마져도 한 사람에 의해 장악된다면 서로 다른 견해란 사라지게 될 것이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정보제공 방식 등이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빅 브라더의 권력 하에 모든것이 통제되는 `멋진 신세계`뿐일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제목에 나오는 카타리나 블룸이 작가의 이름인줄 착각하였다. 하인리히 뵐이라는 사실에 친근감이 들었던 건 여고 때 읽었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통하여 그를 만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처럼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이 어떻게 명예를 잃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는 언론을 대입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가정관리사인 카타리나가 카니발에서 은행강도를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차이뚱이라는 유명신문의 조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신문의 기자는 카타리나의 가족들을 파헤치고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그녀를 괴롭히고 마침내 그녀는 그 기자를 총알로 보복을 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과 방송과 신문 등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는 매체가 있으며 시민들은 이들을 통하여 여러 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매스컴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은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있다.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자신들의 성향에 유리한 부분만을 부풀려서 기사를 작성하는 등의 보도행태는 독자들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공간이 되어 버린 듯하다.
현대 사회는 언론이라는 거대한 공룡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왜곡된 사실이 진실의 탈을 쓰고 버젓이 고개를 쳐드는 현실을 숱하게 보아 왔고 보고 있다. 그런 언론이 정치권력의 비호까지 받으며 몸집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들 거대언론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정권을 잡는 일이며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카타리나 블룸이다. 우리는 언제든 정치권력이든 언론권력이든 그 권력에 의해 제거 당할 수 있는 초라한 시민인 것이다. 이 힘없는 시민이 하나 둘 셋 힘을 합하면 어떤 권력도 넘볼 수 없는 조직이 될 수가 있다. 나는 카타리나처럼 총을 사용하지 않고 참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