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나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두 권. 카프카의 ‘변신’과 까뮈의 ‘이방인’이다. 작가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하고 생각해 보면, 그들은 내가 무언가 갑갑해하는 것들, 왠지 안 맞고, 도통 끌리지 않는 그런 것들이 ‘바로 이런거지!’라고 하면서 내밀어주는. 그래서 나는 까뮈를 참 좋아하는데. 이방인은 내가 어릴 적 부터 내 맘속에 있던 ‘이건 아니야. 이건 절대 아니야.’하는 것을 고스란히 끄집어내 준 그런 소설이다. 그 아닌 게 뭘까
나는 우리가 흔히 통념적으로 말하는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착하고 다소곳하게 사는 그런 사람을 나는 무지 싫어한다.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모성애에 눈물 흘리고, 고향을 생각하면서 그리움과 노스텔지어를 떠올리고, 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전율하며,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축구시합에서 핏대를 올리며 응원하는 사람은…(생략)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실존주의는 20세기 초 1.2차 대전을 겪은 뒤 유럽을 뒤덮었던 허무감과 절망, 좌절 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시된 사상이다. 우리는 이성을 가진 존재이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허망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로 가득차 있는 일종의 ‘부조리’한 상태이다. 까뮈는 ‘인간의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미칠 듯한 명징에의 요구와 이 불합리한 세계의 충돌,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조리로부터 ‘니힐리즘’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그는 그 부조리를 인생을 역동적으로 살 수 있는 하나의 모티프로 삼았다. 인생이 부조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그 인생의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책임감 있게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 여기에 살고 있다는, 즉 실존한다는 것이다. 실존에 앞서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간은 이래야만 하고, 저래야만 하는 그런 인간의 ‘본질’은 인간의 실존 앞에서는 김빠진 맥주처럼 무기력한 글자 나부랭이들일 뿐이다.
이러한 실존주의와 부조리의식을 가지고 이방인을 들여다보면 호들갑스러운 것들이 왜소해 보인다. 교복을 입어야 학생답게 단정해 보인다는 호들갑, 머리는 짧아야, 어른에게는 말대답을 하지 말아야,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해야, 자식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나는 그 남자에게 전부여야,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체벌을 통해 아이들을 잡아야,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일류 대학을 가야....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단 하나, 나는 지금 살아있고, 이 삶을 책임지는 사람은 나다.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 자유롭게, 책임있게 살아간다면 얼굴이 보라색이건,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아 있건, 발바닥에 피어싱을 했건, 여성인 내가 여성을 좋아하건, 대한민국 사람인 내가 일본을 더 좋아하건, 땅을 뒤흔들 만큼 뚱뚱하건 무슨 상관이랴.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까뮈가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는 시시한 염세주의자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생애 전체를 통해 인간적인 삶을 짓밟는 것들과 싸웠다. 특히 전체주의와. 뫼르소는 말한다. “당신의 그 하나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단지 하나의 숙명이 나 자신을 사로잡고, 나와 더불어 당신처럼 나의 형제라고 하는 수많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밖에 없는 것이다.”나는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아갈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 특권을 잘 누려야 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