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서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천사들의 합창’ 이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오던 언제나 착한 히메나 선생님처럼 말이다. 히메나 선생님을 동경했던 것은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은 천사 같은 이미지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참 감사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 소망했던 꿈을 이루게 되어 고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만난 지 어느덧 4년째가 되었다. 그러나 히메나 선생님과 같은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히메나 선생님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 같다.교직생활을 하다보면 매년 정말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책 속의 윤수와 유정이 나누었던 그 ‘진짜 이야기’처럼 나는 얼마나 우리의 아이들과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부…(생략)

. 단지 그들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지금은 서로 만나서 진짜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짓게 했다가 그네들의 행복한 시간에 결국은 동참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땐 왠지 모를 아쉬움과 착잡한 마음에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 후로도 여전히 마음속에서는 이유모를 답답함이 나를 짓눌렀다. 때문에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다시 한 번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독서를 끝내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었다.스토리라인만을 따라 읽었던 첫 번째 읽기와는 달리 두 번째 읽기에서는 진심으로 진짜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TV속의 천사 같은 히메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건 어렸을 적 나의 진짜 이야기이다. 뭣 모르는 아이의 눈에도 히메나 선생님이 좋아보였던 것은 단순히 그 분의 착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 선생님이 아이들과 진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어린 내 마음에도 그 분을 동경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짜 이야기를 꿈꾸기만 했지 아직 시작을 하지 못했다. 윤수와 유정이 진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읽은 후, 아이들과 직접 현장에서 만나는 지금의 나는 천사 같은 히메나 선생님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의 진솔한 마음에 귀 기울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그네들의 진짜 이야기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나의 진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동참할 것이다. 결국 공지영 작가님이 이겼다. 끈질기게도 나의 생각을 괴롭히더니, 결국 나를, 나와 내 학생들이 함께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동참시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