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읽고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읽고서
초등학교 3학년 꼬마인 내 두 손에 따스하게 담겨진 포근함을, 여전히 나는 기억한다. 학교 앞에서 처음만나 나와 친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나버린 병아리에 대한 기억이다. 어렸을 적 꼬마인 나에게는 참 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법한 기억이다. 이러한 기억으로 인해 지금도 나는 동물을 절대 키울 수 없게 되었다. 처음 보게 되면 제목이 참 낯선 ‘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라는 이 책은 저자 로버트 뉴턴 펙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책의 주인공과 그의 동물 친구 핑키의 이야기에서 내 기억 어딘가에 묻혀있던 병아리 친구 생각이 문득 났다.그는 셰이커라는 종교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검소한 삶과 농사일 등을 배우며 살아왔다.하지만 그의 성장이야기는 나의 성장 배경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책…(생략)

뛰쳐나가거나 아버지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또한 만약 내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마주치게 된다면 그것은 내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남 충격을 안겨 줄 것이다.비록 내가 우리 집의 장녀지만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할 자신 또한 없다.지금의 나에겐 로버트처럼 집을 이끌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기에 책을 읽는 내내 로버트에 비해 난 어리기만 할뿐 의젓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물론 로버트네가 독실한 셰이컨 집안이고 문화나 가정환경도 우리 집하고는 다르지만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나약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어렸을 적 너무 허무하게 떠나보낸 나의 병아리 때문에 여전히 동물에게 정을 주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에 살짝 화가 치밀기도 했다.물론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두렵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게 되었더라면 내 인생관과 인식들이 조금은 일찍 바뀌었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어렸을 적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로버트를 만난 지금의 나는 열여덟 살이라는 현재의 내 나이를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다. 무조건 어른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삶에 어떻게 대처해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의 중요함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 전에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대처능력을 기르고 성숙한 마음자세를 먼저 갖추어 가는 중간 단계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새삼 나의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 자신은 비록 조금 부족하지만 로버트의 아버지 못지않게 나의 부모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가르침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로버트와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면적으로 더 성숙해 질 수 있었고, 주위환경과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