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만든 세상을 읽고 나서

디자인이 만든 세상을 읽고 나서
현대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디자인하지 못하면 상품화 과정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반대로 기술이 좀 떨어지더라도 디자인이 충분히 뛰어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디자인이 기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과연‘디자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한 마디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개념이면서,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나아가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는 것이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만큼 복잡한 개념이라는 뜻이다.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과 경제성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이나 건축가가 원하는 디자인 과공 학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건축가가…(생략)

된다. 대형 할인점에서 어느 계산대 앞에 줄을 설 것인가, 고속도로 출구에서 어느 요금 소로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그런 경우들이다. 어느 줄이나 요금 소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고스란히 선택한 사람의 몫이 된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온갖 모양의 식료품을 집으로 운반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식당에서 자리를 배정받고,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 값을 치르는 모든 과정에‘디자인’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방안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어떤 전구를 사용할 것인가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가장 복잡하고, 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디자인은 집을 구입하거나 지을 때라 고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기도 할뿐만 아니라,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에 디자인의 중요성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건물의 내부나 공공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마저도 디자인에 대한 심각한 고려를 요구한다. 그야말로 우리의 생활자 체가 디자인인 셈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던 디자이너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노력이 숨겨져 있다.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준 획기적인 디자인의 탄생 과정은 언제나 깊은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만약 수많은 디자이너의 그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을까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창의적인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디자인은 지극히 인간적인 충동에서 시작된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나뭇잎을 띄운 표주박의 물을 건네주는 옛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위생적인 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제 오염되지 않은 우물물을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표주박은 심각한 전염병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종이컵과 정수기에 필요한 디자인의 개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편리 하게 제공 해주겠다는 지극히 인간 적인 충동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는 공통점만으로는 디자인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용자를 충분히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 소비자의 성향이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 디자인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기능을 제공 해주는 첨단 기술 자체에 깊은 감동을 느끼는 소비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은 인간의 감성에 대한 고려가 조금만 부족해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냉혹하다. 똑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면서도 사용 목적에 따라서 다른 디자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계산기와 전화기에 설치된 숫자판의 배열이 다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제품의 내부에 숨겨져 있기 마련인 첨단 기술과는 달리 디자인은 겉으로 드러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디자인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 해내는 것은 어렵지만, 만들어진 제품을 보면 누구나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남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일이 그만큼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디자인의 지속적인 개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특허’라는 특별한 사회적 권리 보장 제도가 필수적이다. 특허는 디자인의 핵심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보장 해주기 위한 선진 사회의 사회적 합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