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의 세계사를 읽고나서

옷장 속의 세계사를 읽고나서
나는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따분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역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역사 관련 책을 읽는 것도 너무 싫었다. 특히 세계사는 생소하고 낯설게만 느껴져서 세계사 책은 손을 대지도 않았다. 그래서 `옷장 속의 세계사`를 읽기도 전에 `대체 이 세계사 책을 읽고 어떻게 감상이란 것이 생기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온몸이 짜릿해지는 쾌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항상 내 몸에 걸치고 있는 옷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출발한 역사라서 그런지 훨씬 친숙하고 쉽게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옷장 속에 한 벌씩 가지고 있는 청바지가 처음에는 작업복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벨벳처럼 매끈하게 이루어져 `벨벳`이라고 이름이 붙은 혁명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별 생각없이 입고 다녔던…(생략)

않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풍차와 튤립의 나라, 한 번쯤은 여행해 보고 싶었던 네덜란드가 350여년 동안이나 인도네시아의 자원을 강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해서 현재의 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나라 잃은 설움을 당해야 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서 분노마저 끓어올랐다. 스페인의 지배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네덜란드나 그런 네덜란드의 행보를 그대로 되풀이 했던 인도네시아나 약육강식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어 슬픔은 더해졌다. 유럽 강대국들의 탐욕에 희생된 인도네시아 주변 섬들은 인종, 종교, 언어마저 달라지고 경제적 정치적 세력다툼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처럼 하나로 결속되기조차 힘들어졌다. 주변 강대국들의 속셈 때문에 분단국이 되어 버린 우리나라의 현실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여러 나라들이 분쟁과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으로 인해 분단국가라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전쟁과 핵 실험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핵무기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무고한 국민에게 고통을 주면서 이루어진 국가는 진정 누구를 위한 국가란 말인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아름다운 문화, 뿌리 깊은 역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역사는 단지 낡고 지루한 것들이 아닌 현재의 인류를 만들어낸 소중한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지나간 역사를 토대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 역사는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단정지어 버렸던 편협한 생각을 당장 그만두어야겠다. 그리고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주변의 사소한 일들이 어쩌면 역사적 사건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고, 내가 그것을 기억하는 중요한 산 증인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과거 비키니 섬은 슬픈 역사였지만, 과거의 끔찍한 사건이 있었기에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자각을 하게 되었고, 그 고통의 대가로 비키니는 지금의 아름다움을 얻게 된 건 아닐까 내 또래 친구들이 비키니를 입을 정도로 어른이 된다면 비키니 섬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며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현명한 인류의 주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