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고나서

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고나서
3학년 시작할 때 즈음 서점에 갔었다. 읽고 싶은 책을 사려고 잠깐 들렀을 때다. 재미있는 책 없나, 하고 소설 쪽을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언뜻 봤다. 처음엔 그림을 보고 멈칫했는데 책을 들여다보니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 인 듯싶었다. 역사에 관련된 소설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걸 살까, 했는데 왠지 끌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없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지만 그 때는 그랬었다. 결국 그 날 아무 책도 사지 않았다. 설마 이 책을 2학기 때 필독도서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결국 이 책과 마주대하게 되자 기분이 묘했다. 우리 지난번에 만난 적 있죠 무시했다. 이번엔 재미없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다른 책과 비교되는 두께 때문이었다. 저걸 언제 다 읽나, 했는데 결국 손에 잡았다. 처음엔 겨자 먹기로, 그냥 쭉 읽고 대충 쓰지 뭐, 했는데 점점 갈수록 빠져 들었다. 심…(생략)

고 그 딸에게만 의지했고 그 결과는 딸의 불신과 자살이었다. 결국 그녀는 나머지 인생을 정신병동에서 보냈다. 그녀는 계속 조국을 기다렸다. 하지만 조국은 그녀를 외면했다. 결국 1962년 그녀는 다시 대한민국으로 귀환되었다. 한 슬픈 인생이었다. 제일 울컥했던 부분은 (전부 슬프고 애통해서 가리기 어렵지만) 아마 복순이 옹주를 탈출시키는 부분이었다. 너무 슬펐다. 한 순간 정신이 돌아온 듯한 옹주의 외침도 더해서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 부분은 소설적 허구란다. 그래도 슬펐다. 더불어 당시 신문기자 김을한씨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그 분은 권비영 작가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이 적절한 분량의 소설에서 나는 나라 잃은 자의 처절한 슬픔과 분노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과 한마음이 되어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외치고 있었다.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 이상 역사를 외면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외면된 역사를 바라봐 주어야 한다. 어쩌면 나의 자그마한 시선이 그들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진실 된 우리나라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선 조그마한 관심만이 필요하다. 그 예로 권비영이라는 어느 소설가가 살려 낸 덕혜옹주의 삶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