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읽고

어린 왕자를 읽고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는 내게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이 책을 나는 6살 때 그림책으로 처음 접했고, 그 때는 그저 보아뱀, 양, 여우, 장미가 등장하는 동화책으로만 다가왔다. 그러나 얼마 전 이 책을 다시 읽어 보았을 때에는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공 `나`는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남겨지게 되고 우연히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자신이 지구로 오게 된 과정과, 지구에서 만났던 여러 인물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그 중에서 장미와 어린왕자와의 관계, 또 나와 어린왕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장미는 어린 왕자가 물을 주며 가꾸고 있는 대상이고, 어린 왕자는 까칠한 성격의 장미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주는 역할인 듯 하다. 어린 왕자는 이런 상황을 마냥 좋게만 받…(생략)

무 속상할 때 표현이 쑥스러워 까칠한 장미처럼 굴기도 하고 어린 왕자처럼 뒤늦게 상황을 깨닫기도 하는 것 같다. 장미와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말이 여우가 말한 `길들인다`라는 단어일 것이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뜻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쉽게 잊혀진 어떤 것,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너에게 나는 다른 많은 여우들과 다를 바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거든. 그렇지만 만약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는 여우가 한 이 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때로는 인연에 의해서 만나기도 하지만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듣고 장미가 자신을 이미 길들여버렸음을 깨닫는다. 장미와 자신의 관계 맺음을 길들여진 것으로 이해한 어린 왕자는 `나`와의 관계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어린 왕자가 떠나면서 한 말을 들어 보면 길들여진다는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저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거야. 그 한 별에서 웃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저씨가 밤하늘을 바라 보면 별들이 모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그러면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아저씨는 언제나 내 친구로 있을 거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친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어린 왕자처럼 별들을 탐험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외국에서 2년간 살게 되었고, 그 바람에 친한 친구들과 단절되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또다시 그 친구들을 볼 수 없게 되면서 관계를 맺는 것,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마치 어제 헤어진 것 마냥 두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던 까칠한 장미와 같았던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내 속을 다 내보일 듯이 일기장을 선물했던 친구와는 어색하기만 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들은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길들인다는 것은 결국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것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정을 내어 보인다는 것이 아닐까. 여우에게 길들인다는 말을 듣고 깨닫는 순간 누구나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