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라크 쥐스킨의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나서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깊이 빠져 들어서 누가 불러도 대답도 못할 만큼,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좀머씨가 아닌 한 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간간히 좀머씨에 대해 관찰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한 소녀를 좋아하는 순수한 어린 소년으로써, 나무를 타고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는 취미가 있었다. 복잡한세상과 또 더럽혀진 사회가 만들어낸 좀머씨였지만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의 눈에는 평화롭기만 했다. 그가 처음에 좀머씨에 대해 얘기 했을 때, 정말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붙어있지도 않고, 묵묵히 온종일 걸어 다니기만 하는 좀머씨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좀머씨의 행동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지만, 읽는 내내 좀머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무엇이 그를 계속 걷게 한 것일까 궁금하였다.
좀머씨는 폭풍우가 몰아…(생략)

보여주게 된다. 아이도 천천히 물속으로 한걸음씩 들어가는 좀머씨를 구해준다는 생각도 못한 채 그저 아저씨를 바라보기만 한다. 우연히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지만, 아이는 끝까지 아무한테도 좀머씨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자기를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좀머씨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었을까
좀머씨를 그토록 걷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비록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은둔자이긴 했지만, 그럴수록 그에게 따듯한 눈길을 보내고 감싸주지 못했던 사회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 가만히 붙어있지 못하고 항상 이리저리 걷기만 하는 좀머씨에게 사람들은 밀폐공포증이라며 그를 욕한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같이 해결하고 도와주기보다는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하며 외면한다. 좀머씨가 사라진 후에도 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좀머씨의 실종에 대한 의문도 금새 수그러졌다. 우리사회에도 좀머씨처럼 세상의 따듯한 눈길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좀머씨가 입고 다니는 칙칙한 검은 외투처럼, 그들은 항상 어둡고 차가운 그늘에 가려져있어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으려 하고, 서로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들이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꼭 큰일이 아니어도, 그들에게 보내는 따듯한 미소하나가 그들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이지만, 그들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우리사회에서 용기를 읽고 세상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사람만나는 것을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버리는 등 기이한 은둔자였다고 한다.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되었던 좀머씨를 생각하면 쥐스킨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도 이 책을 씀으로써, 무엇이 그를 은둔자로 만들었는지, 그가 원했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리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