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읽고나서

개미를 읽고나서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조직화된 사회의 일원입니다. 나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용맹한 전사입니다. 나는 성실한 일꾼이기도 하고, 놀고먹는 백수이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코흘리개 시절 돋보기로 장난쳐본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햇볕이 쨍쨍했던 화창한 날, 운동장에서 나는 돋보기를 들고 있다. 나는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를 잡아다 통째로 구워버린다. 돋보기 속 고통에 겨운 개미의 몸부림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지글지글 익는 개미가 풍기는 구수한 냄새. 나는 특이한 그 냄새를 기억한다. 흐릿한 냄새가 남아있는 자리에 아주 새까만 개미가 누워있다. 그날 나는 개미를 죽였다. 그날 이후로 개미를 가까이서 보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국어시간 교과서에 실려 있는 ‘개미’, 그것은 개미와의 두 번째 조우이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첫 만남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한국…(생략)

바라본 인간문명이 아닌 개미의 눈에 비춰진 인간문명을 보여준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에 개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사실 개미의 역사는 인간보다 훨씬 유구하다. 하지만 개미는 만물의 영장이라 떵떵거리고 다니는 오만한 인간의 관심을 끌기엔 너무 작았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물이 ‘문명’이란 인간의 전유물을 소유하고 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개미의 눈에 인간의 손가락은 파괴의 신 시바이자 죽음의 신 타나토스이다. 손가락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거라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시체뿐이니 말이다. 인간은 자신과 같이 위대한 문명을 세운 개미를 학살한다. 인간은 신이란 절대자를 세우고, 신께 자신의 사소한(신의 입장에선 하찮을)것까지 헤아려달라고 기도한다. 이렇게 섬세한 인간이 하계로 내려가면 미시 세계의 신으로 등극해 자신의 권능을 맘껏 휘두른다. 인간의 손가락이 개미에게 있어선 번개와 뭐가 다르겠는가. 인간의 위선적 태도는 인간중심적인 편협한 시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 계몽을 외쳤지만 여전히 시선의 자유를 얻지 못하고 외곬으로 세상을 봐왔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인간문명이 산업사회란 제2의 물결을 접어들고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적용되면서 인간의 만행은 절정에 치닫게 된다. 인류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공장을 세워 자본을 낳고, 그 자본으로 다시 공장을 세워나갔다. 자본은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병균이라도 되는 듯 가는 곳마다 지구에 상처를 냈다. 너무나 크고 깊어 볼 수 없었던 상처 틈에 스미는 고름, 상처의 상처를 보고도 인간은 무심하게 지나쳤다. 결국 곪은 상처가 썩는 상황까지 가서야 치료에 나섰다. 만약 돋보기를 대고 개미를 관찰하듯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관찰한다면 보이지 않던 상처들로 얼룩진 지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인류는 인간이 누려야할 권리를 운운하며 존엄하고 위대한 존재로 자신들을 신격화하면서 적장 자신을 낳아준 자연에게 한없이 잔혹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역습. 사실 이 표현도 인간중심적 관점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자연은 단지 인간이 뿌린 씨앗을 길러냈을 뿐이다. 씨앗이 자라 천재(天災)를 일으키지만 사실은 인재(人災)인 것이다. 지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재아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의 고통을 남성이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듯이 자연을 이해하려면 결국 자연의 입장에서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개발을 생각한 결과, ‘친환경개발’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인류와 자연은 서로 적이 아니다. 적확히 말하면 공생 관계이다. 인류는 자연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고, 자연은 인류를 기르는 생명의 원천이다. 개미문명과 인간문명의 소통, 소설은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개미’는 인간문명과 개미문명과의 소통을 담고 있는 소설 같은 소설이다. 그런데 현실과 비현실, 현실과 꿈,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바로 현실이다. 백년 후에 출간될 소설에서 ‘건강한’ 자연이 현실이란 보장은 없다. 건강한 자연을 꿈꾸는 날이 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당장 지금도 지구의 병세에 노심초사하며 골머리가 썩고 있지 않은가. 환경문제는 국가 수뇌부들이 고민해야할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당면한 문제이다. 우리가 고민해야하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당신이 꿈꾸는 현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