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을 읽고나서

구운몽을 읽고나서
사자(使者)가 성진을 재촉하여 밀치니 당나라 회남도 고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진동했다. 이 아기가 바로 양소유(楊少游)요, 아닌게 아니라 실로 천상의 신선이 귀양을 온 것이었다. 연화봉 육관대사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나며 총명한 제자였으나, 남악 위부인의 여덟 선녀를 만나 불도에 어긋나게 처신하니 벌을 받아 세상에 떨어진 것일지어다. 양소유는 지상에서 다시 전생의 그 여덟 선녀와 연을 맺고 부인과 첩으로 두며 세상의 부와 명예를 누리며 평화롭게 사는데, 어느 날 노승이 찾아와 소유를 꿈에서 깨나게 하니, 다시 천상의 신선으로 돌아와 성진이 되었다. 성진 깨우쳐 곧이 보니, 한낱 꿈의 허무하고 망령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 밖에 나와 실제 세상을 보며 성진 말하기를, ‘어찌 세상에 다 나 뿐인가.’ 하노라.
실로, 어찌 세상에 다 ‘성진’뿐 인가. 이보다 더 어이쿠나 할 일은 세상 돌아가는 모습…(생략)

을 주고 호응과 관심을 얻기 위해 드라마나 CF에서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한다. 가수들이 가수가 아니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노래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외면적인 모습으로 승부하고 있다. 심지어는 결국에는 ‘섹시’로 끝을 보는 게 요즘 가수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분명히 요즘 우리 사회의 대세는 성진이 품었던 잠시나마 망령되었던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
성진과 우리가 다른 것은 다만 성진은 귀향 온 천상의 신선이었으나, 우리는 한낱 지구상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성진은 본래 천상의 중이었으므로, 육관대사가 다시 꿈에서 깨워 인생무상의 진리를 깨우쳐주었지만, 우리는 한낱 인간이어서 이 속에서 그냥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우리는 이렇게 타락한 모습은 아니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가수들은 천상의 소리를 가진 사람들만이 진정한 가수였고, CF나 드라마도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정갈한 한옥의 미와 선 고운 한복을 자랑하던 나라가 아니었는가.
이제 다시 옛날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할 때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아무런 저항도 되새김질도 없이 물 흘러 가는 데로 그냥 세상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들이고 있다. 이대로 라면 세상은 온통 ‘망령된 성진’의 세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어리석은 성진들이여, 이제 다시 깨어나 세상을 직시하라. 이제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