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고나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고나서
티타는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단 이유로 마마 엘레나를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운명을 타고난다. 티타를 사랑하는 페드로는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한다. 처제와 형부라는 위치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불륜이 되고 만다. 왜 페드로는 티타에게 처음부터 도망치자고 하지 못했을까 티타는 가문의 관습이 잘못된 걸 알았으면서도 왜 마마 엘레나의 말을 거역하고 페드로와의 사랑을 이루려고 하지 않았을까 로사우라와 페드로가 결혼 할 때 내가 답답했던 건 차라리 페드로와 티타가 도망을 가는 편이 로사우라에게도, 마마 엘레나에게도 좋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둘이 도망을 가면 집이 뒤집힐 게 뻔하지만, 로사우라도 한평생 남편을 두고 동생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마마 엘레나도 일평생을 감시 속에서 살지 않았을 것이다. 무…(생략)

었다. 백석 시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음식과 관련된 시가 많다는 것이다. 음식은 그 사람이 먹는 것이고, 곧 그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어떤 음식이든 그 레시피에는 단순히 식재료로 무엇을 만드는 것 이상이 담겨 있다. 어떤 음식이든 그 맛은 전해 내려오는 기억이다. 그렇기에 백석 시가 쓰는 음식 이름인 국수 같은 것들은 언어를 통해 우리의 공통된 기억(맛)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법을 티타가 친절히 설명해 준다. 그 요리법을 읽으면서 완성되어 가는 요리들은 사람들의 잊고 있었던 욕망을 자극한다.
“만약 제 시간 내에 그 폭발을 일으킬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그 성냥은 축축해지고 하나도 불을 붙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로부터 달아나 그것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어두운 곳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남겨 두고 온 그 차갑고 힘 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체 말이죠.`(p116)
존은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힘 없는 육체’라고 말한다. 나중에 페드로와 티타가 몸을 섞고 죽음을 맞듯이 소설에서는 사랑이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몸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크림 프리터를 만들 때 티타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자연의 원리인 생식과 번식에 특히나 많은 금기와 법도를 가지고 있다. 생명을 가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있고 한 인생을 망치는 저주가 될 수도 있다. 티타는 이런 인간보다 차라리 들판에 흩날리는 씨앗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금기와 법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금기와 법도의 억압적인 성격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순히 어긴다는 의미 이상으로 관계의 측면에서도 상처를 받는 쪽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참 ‘욕망에 충실해’라는 말이 유행어만 생각해 봐도 그 말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티타나 페드로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나는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고, 상처 입은 쪽이 되기도 했고 상처 주는 쪽이 되기도 했다. 티타와 페드로가 특이한 점은 페드로가 로사우라와 결혼하기 이전부터 티타를 쭉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페드로는 티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고, 티타와 조금 더 같이 있으려고 결혼을 했다는 줄거리가 있어서 이 소설에서 이 둘의 사랑이 그렇게 불륜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불륜이기는 불륜이지만 헤르트루디가 말한 것처럼 이보다 더 진실한 사랑은 없는 것처럼 나온다. 나는 이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둘처럼 변치 않는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설정이 둘의 관계에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처음부터 페드로와 티타를 이처럼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그 이후에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어도 헤르트루디의 평가는 변하지 않았을까세상에는 금기와 법도 같은 것들도 결국에는 이 영원성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결혼이 제도상으로 존재해서 법으로 보호를 받는 이유도 두 사람이 만나서 평생을 같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쌍의 부부가 갈라서야 할 때 양육과 같은 책임을 묻기 위해서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금기와 법도가 책임질 수 없는 게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이것들이 생긴 지점까지 보여줄 순 없었다.책을 덮으면서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에 대한 슬픔에서부터, 죽음을 통한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의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한 곳에 대한 부조리를 아는 것만으로 부족한 이유는 그 부조리가 이성적으로 정리해서 말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여러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관계들을 다 생각하다보면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영역은 좁아져만 간다. 이 소설과 비슷한 운명을 말하는, 단편 소설 이순원의 「은비령」을 보면, 거기서는 죽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온다. 이 소설에서는 천문학적으로 2천 5백만 년을 주기로 모든 일들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둘은 2천 5백만 뒤를 약속하며 헤어진다. 하지만 2천 5백 만 년 전에 그랬던 것이 그 후라고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금기와 법도 때문에 사랑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반대로 자신의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비극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