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을 읽고

사랑의 기술을 읽고
사랑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그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이 그러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함이 그러하며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사랑함이 그러하고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함이 그러하며 친구가 친구를 사랑함이 그러하다. 사랑의 다른 말은 때론 미안함이고 때론 고마움이고 때론 그리움이고 때론 미움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아늑하고 달콤하다. 때에 따라서는 쓰리기도 아리기도 한 단어이다. 그런 추상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랑의 기술`에서는 심도 있고 구체적으로 기술 해 놓았다. 이 책을 10년 전쯤에 처음 접했다. 무슨 내용인지도, 어떤 내용일지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장만 펼쳤다 덮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읽지 않았다. 어렸을 때니까 아둔한 내 머리를 탓했었다. 그 때의 나에게 사랑이라는 건 마냥 가벼운 존재였기에 사랑이라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략)

성숙도가 높아진 거 같다. 내가 옛날부터 생각해왔던 사랑공식이 깨진 것을 느꼈을 무렵, 난 문득 슬퍼질 때가 많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에 아파했고, 사람의 마음을 가지지 못할 때에는 심장이 으스러지는 느낌이었다. `사랑의 기술`이 주는 가르침은 그렇게 슬퍼할 필요도 아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사랑의 주체가 나라는 것을 함께 알려주는 `사랑의 기술`이었다. 인간의 본능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해주었고, 타인의 사랑은 받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실천해야한다는 것과 사랑의 기술을 실제로 행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주었다.
`사랑의 기술`에서의 사랑은 깊이가 있다. 저자 에리히 프롬이 사랑이라는 막연한 감정에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고 연구를 했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사랑을 기술이라고 칭한 것도 그렇고, 이론적으로 해답을 내리려 한 점이 그랬다. 사랑을 대상에 따라 나눈 점이나 현대 사회에서의 사랑을 붕괴라고 지칭한 것이 그랬고, 사랑의 실천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한 점이 그랬다. 참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사정없이 분리해보고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놓은 듯하였다. `사랑의 기술` 안에서의 문장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무거울 수 있는 `사랑의 기술`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이건 무슨 뜻일까 하며 한참을 서성이게 되는 구절도 많았었다. 하지만 찬찬히 곱씹고 되뇌어 보면 “아하!” 하며 무릎을 딱 치게 되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저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냉철함으로 무장한 듯한 표현으로 기술해놓았다. 즉, 무뚝뚝할 정도로 이성적이었다는 뜻이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의 실례로 `사랑의 기술` 일부분 중, “사랑의 실천에 대한 검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의 기술이 전제를 검토하고 사랑에의 접근을 있는 그대로 검토하고 이러한 전제와 접근법의 실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이르는 단계는 오직 자기 혼자서만 실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검토는 결정적 단계에 이르기 전에 끝난다.”라는 부분이다. 이 얼마나 난해하기 짝이 없는 구절인가... 하지만 위의 구절을 잘 뜯어보면 사랑의 기술은 결국 경험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독서감상문은 책의 줄거리를 쓰고 난 다음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느낀점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난 다음의 나의 독서감상문은 생각과 감정으로 채워졌다. 이는 `사랑의 기술`을 접하고 난 다음, 사랑에 대한 나의 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사랑의 기술`의 내용은 뻔하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표현하지 않았고 (표현 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 굳이 꺼내어들지 않았던 그런 내용을 에리히 프롬이 조심스레 책으로나마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의 기술`을 읽으며 깨달았다. 성숙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의 기술`은 제목과는 달리 알콩달콩하지도 낯간지러운 내용도 아니다. 그러나 `사랑의 기술`안에서 철학적으로 접하게 된 사랑을 누군가에게 실천하고프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