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나서(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나서
어떤 입장에 서 있더라도 사람의 목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함부로 다뤄질 수 없는 논제이니만큼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치열하게 있어왔고, 나는 언제나 냉정한 편이었다. 사형을 선고받는다는 것은 그에 합당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고, 그런 자들에겐 보호해야 할 인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어왔다. 사람의 목숨을 사람이 다룰 수 없다지만, 다른 이의 목숨을 막 다루는 사람이라면 정의의 이름을 빌려 대신 처벌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에 뭔가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책장을 넘기며 내가 읽은 윤수는, ‘살인범’이라고 칭해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상상해왔던, 조금 격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사회의 쓰레기’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같은 인…(생략)

모순의 시작은 어디부터인지 모르겠다.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위와 같은 감상을 쓰고 난 지금도 만약 누가 내게 사형제도에 대해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사형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윤수의 죽음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이루어져야 할 것이었다. 공공선을 위해 필요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책 속에서 윤수의 사형 집행을 결정할 권력을 가진 배역을 맡는다면, 역시 망설이지 않고 그를 살려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엄청난 모순이다. 나는 결과적으로 사형수인 윤수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상처받은 윤수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둘의 차이는, 내가 윤수의 일에 관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책 속에 너무나도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옮겨놓는 것은 무리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윤수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있다면, 그 사실을 만들어낸 사실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 책은 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좀 더 공감을 얻기 위해 쓰여진 부분도 있을 것이고, 현실과 다른 부분 역시 존재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윤수를 죽이라고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윤수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만들어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실세계의 사형제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논리적인 사회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이고, 지금의 사형수들 중 누구의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