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익-. 투명한 물방울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나는 냄새를 도둑맞은 사람이야. 하윤은 떨어지는 물방울들 사이에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손에 쥔 공병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금이 간 거울에 비친 하윤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주름진 치마를 힘주어 털고 다시 한번 향수를 뿌린 하윤은 몇 번 코를 킁킁거린 후에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손 끝으로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리자 듣기 싫은 쇳소리가 들려왔다. 까치발을 들고 살그머니 현관을 나서는 하윤의 눈에 얼핏 피로 범벅이 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