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국화꽃 향기를 읽고 국화꽃 향기1

국화꽃 향기로 빚어낸 이야기 ... (김하인 님의 국화꽃 향기를 읽고)
국화꽃 향기나는 미주씨에게...
하늘나라는 어떤가요? 그곳에서 당신은 지상에서 겪었던 흉악한 고통은 없겠지요? 머릿속 필라멘트가 나가는 동시에 뱃속으로 날카로운 이빨이 콱 박히는 기분, 그 통증이 물 주름을 일으켜 온몸으로 퍼지며 납작하게 전신을 압박해 오는 고통이라고 당신이 말했던 것 말입니다. 당신은 아직 땅빛 한복을 입은 채 쪽빛 한복을 입은 승우와 당신의 이쁜 딸 주미를 바라보고 있겠지요? 김하인님이 해주신 실화였다는 당신의 이야기를 읽어 본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목이 메였습니다. 그리고 영원한 사랑의 존재도 믿게 되었습니다.
여자와 어머니가 다른 점이 모성애의 차이라고 누가 말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자식을 기르면서 기르는 정도 쌓이고 미운정 고운정이 겹쳐져서 생기는 후…(생략)

. 그러나 친해진 이상 절대적으로 우정을 지키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당신도 승우씨의 사랑을 쉽게 허락하지 않다가 막상 사랑하게 되자 거침없이 쏟아 부어버리는 당신의 그 정열....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 승우에게 친한 친구 정란과 연결시켜주려하는 당신의 의도에서 저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 누구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그 누구를 위해서인지, 그렇게 감정에 충실하여 승우를 목숨처럼 사랑하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죽음앞에서는 누구나 추한 면모를 보이는줄로만 알았는데.. 저라면 이런 유언을 남겼을 것 같아요. " 승우씨 그 누구와도 결혼하면 안돼.. 나만 사랑해준다고 약속한 것 잊으면 안돼..."
그러나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난........당신 보다 아기를 더 사랑해. 주미를 더 사랑해.주미를 생각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해.너무나 고통스러워. 몸이 아픈 것보다도 마음이 곱절로 더 아파!"((下)p.194)
아직 저는 상상조차 안되는 그 고통, 너무 사랑하니까 눈물이 나는 것과 얼굴 한 번 보지도 않은 자식에게 내 아까운 하나의 목숨을 바치는 것, 너무 사랑하니까 사후에 친한 친구에게 남편과 엄마노릇을 부탁하는 것 등 죽을 때가 되면 달라진다는 옛말 하나 틀린 게 없다고 해야 하나요.
언제나 승우씨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죠? 다시 태어나서 두분이 또 만날 것을 확신합니다. 그때는 정말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바랍니다. 은은한 국화꽃 향기를 세상에 뿌려 주세요.
아름다운 당신을 상상하며 명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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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한 송이를 사랑한 승우씨에게

쪽빛하늘을 가진 당신이여, 국화꽃 향기를 좋아했던 당신을 떠올리며 가을 국화를 몇송이 사서 방안 한켠에 꽂아 두었습니다. 처음엔 잘 모르다가 잠을 자려고 방안에 들어서자 국화꽃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이런 향기가 여인의 머리에서 난다면 그 여인에게 빠져들 수도 있겠어. 나혼자 당신과 미주씨의 얼굴을 그려보며 상상해 봅니다.
3살 연상인 한 여성에게 낭만의 극치라 할 만큼 헌신적인 당신을 보면서 소설이니까 가능한 얘기인거야 하면서도 국화꽃 향기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가능하겠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를 만나자마자 당신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의 곁에 바짝 붙어 서서 그 향기를 맡으면서 그녀를 향해 한발짝씩 앞으로 내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 혹은 남편이 불치병에 걸려 이혼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약간 어리둥절한 말을 남기고는 헤어지지요. 하지만 부인의 마지막을 위해 자신의 직장도 포기하고 병간호를 하는 당신을 보면서 정말 미주씨를 자신의 몸보다 사랑하는 구나. 죽음도 저 둘을 갈라놓지는 못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어딘가 어린 주미를 재우면서 미주씨가 당신께 생전에 들려줬던 노래를 자장가로 부르고 있을것만 같아요. 작은 미주씨라고 생각하면서, 미주씨가 남겨놓은 유일한 보물 아니에요? 정말로 현명한 아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을 옆에서 끝까지 사랑해줄수 있는 영원한 미주 그 자신을 만든 것 아닙니까? 주미가 그렇고 주미의 자식이 그렇고 그 자식의 자식이 그렇고,. 영원한 삶의 뿌리를 남긴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영은이가 혹시 그 저주의 주문-여자를 울게 한 사람은 그 여자가 저주를 하면 남자는 불행을 겪는다는- 외웠을 까봐 국제 전화를 해서 해독하는 주문을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 주문이 이거였죠?
"라흐마니 나도루 마타부부 가이타, 사자가니 바메. 바메바메라흐마니 "
저도 괜히 몇번 따라해보다보니 외워버렸습니다.미주 씨가 믿고 있듯이 사랑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우면서 괜시리 눈물이 났습니다. 예쁜 애기 낳는 주문이라면서 가르쳐 줬을 당신의 모습이 떠오르길래......
당신이 마지막 라디오 방송날 미주씨게 바쳤던 노래, 정말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울었습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울었습니다.
나는 우리 둘을 위해 울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회전 목마에 달린 종으로 구원 됐습니다.
당신이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는 우리의 위대한 좁은 길을 갈 것입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죽겠습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죽겠습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살겠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당신과 미주씨의 이야기를 꼭 옮겨놓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쪽빛 하늘인 당신이여, 미주씨는 아마 지금도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이 그녀에게 쏟아부었던 사랑의 반이라도 하겠노라며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아마 당신이 정성과 사랑을 다해 키울 주미도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겠지요.
당신 혼자의 힘으로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서 애정 결핍증은 걸리지 않을 거에요. 당신의 그 죽음을 초월한 사랑,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국화꽃 향기를 맡으며 명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