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다산 정약용에게 다산

다산 보시게나
다산 그동안 무고하셨는가? 윤 아무개일세. 오늘밤 달이 너무도 밝아 쉽사리 잠 못 들고 한참동안 뜰을 거닐었네. 선선한 가을 바람을 쐬며 한 잎 두 잎 나려지는 잎들을 보니 문득 자네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겠나? 마침 나의 서재에 종이와 붓 한 자루가 놓여 있으니 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내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하여 이리 붓을 들게 되었으니 실없는 사람이라 허물 말고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게나.
오늘도 어김없이 서구의 문명과 관련된 서적을 뒤적이다가 희랍이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되었다네. 희랍이라는 곳은 우리 조선 훨씬 이전의 고대국가라네. 중국의 주나라에 비견될만한 국가로 문학, 역사, 철학, 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유산들을 남겼다네. 나는 그중 그들의 기하학이라는 학문에 크게 매료되었네. 특히 히포크라테스라는 양반이 찾아낸 궁형구적법이라는 것은 실로 놀라움 이상…(생략)

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 사려되네. 그러기에 그러한 학문은 자연히 실생활에 유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반면 우리네의 우주관은 어떤가? 우리 나라의 우주관은 평화와 통일성이라는 말로 대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우주를 거대하고 평화로운 것으로 보고 그 속에서의 통일성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같네. 우리 나라가 단일민족임과 그리고 민족의식이 강한 이유도 이러한 통일성을 추구하는 우주관에서 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는 우주에의 평화와 통일성을 우리의 세계 속에서 이루어 내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 사려되네. 그러기에 우리의 학문은 자연히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는 생각하네. 인간이 바로 소우주라고 말이네. 우리 속에도 하나의 우주가 내재해 있는 것이라고......우주를 알기 어려운 만큼이나 우리의 마음도 알기 어렵지 않은가 말이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고 우리의 마음을 살펴본다면 저 광할한 우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질 않겠는가?
희랍이라는 곳은 뛰어난 문명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으며 히포크라테스란 양반도 뛰어난 지혜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네. 그러나, 다산! 나는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백성들의 가슴에 남았으면 하네. 그리고 우리의 뜻이 백성들의 가슴에 남았으면 하네. 얼마전 거중기를 이용하여 수원성을 축조한다는 소식을 들었네 모쪼록 잘 되기를 바라네.
다산, 달이 참으로 밝은 날이네 그려.
그대의 벗 윤 아무개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