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다움이에게 가시고기

다움아.. 안녕^^
나는 xx이란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려고 애를쓰고 있지만, 반복되는 생활에 점점 따분해지고 지치면서 고3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워지기만 하네. 그러다가 먼 프랑스에서 밝게 생활하고 있을 다움이가 생각나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됐어.
잘 지내고 있니?
몸은 많이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네 아빠도 많이 보고 싶을테고..
네 얘기를 들었을 때, 나 많이 울었다. 감정이 메마른 나여서 어떤 것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내가 말이야. 널 알기 전에, 내 친구들이 네 얘기를 하더라고. 처음엔 호기심으로 네게 다가섰는데, 넌 나에게 눈물과 함께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더라. 널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생활했었을거야.
네가 많이 아팠을 때, 사실 난 네가 부러운 적도 많았었어. 물론 네가 빨리 쾌유되기를 간절히 바랬었지만 너 대신 아파해주고 항상 네 손을 꼭 잡고 곁에 계셨…(생략)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기도해. 지금도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슬프기만 하다. 가끔은 그 고통을 내가 대신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정말 많이 아파하거든.

나는 아픈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게 해 주고 싶어. 그건 나의 오래된 꿈이지.
환자들의 병을 고쳐주고 외롭지 않도록 따뜻하게 지켜주는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지켜보다 내 마음이 더 아프게 될 것 같아 다소 겁이 나네. 큰 용기가 없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생물학?의학 등 생명 과학 분야에 파고 들어 좀 더 나은 치료법 등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극히 소심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내가 내 자신과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멋지지?

다움아. 너를 만나서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늦은 밤까지 주무시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시는 엄마, 그리고 마음 속 깊이 날 보호해주시는 아빠의 사랑을 알게 됐어. 알면서도 내 환경에 불만스러워하며 짜증내는 몹쓸 나이지만 말이야. 네 아빠가 그러셨듯이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알을 먹으려고 덤벼드는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그리고는 죽는 아빠가시고기,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시고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을 사랑하고 또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다움이가 되길 바라는 네 아빠가 지금 너의 모습을 보면 기뻐하실거야. 여유롭지만은 않은 상황에 처한 내가 자주 메일을 보내진 못하겠지만, 아프지 말고 밝게 다움답게 잘 지내렴. 시간 나면 답 메일 꼭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