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미주씨에게 국화꽃 향기

향기가 아름다운 미주씨에게
하늘나라에도 따뜻한 봄은 왔나요? 이곳을 봄햇살이 따뜻히 비치고 있어요
제 소개를 좀 할께요. 저는 xx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부모님과 약혼자의 죽음에 얼마나 가슴이 아플런지 그 고통을 이겨낸 당신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저라면 그런 상황에서 이겨내지 못 했을 거예요 세상에서 혼자가 된다는 건 얼마나 슬픈지 겪어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일요일 같은 날 혼자 집을 지키며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조금은 당신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당신의 남편은 고통을 이겨낸 당신에게 주는 상인 것 같아요 대학교 클럽 활동 때 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남편을 우연히 만났잖아요 당신에게 국화꽃 향기가 난다며 당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지요 그 말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진한 향수 냄새가 아닌 국화꽃 향기, 그것은 아마도 당신을 비유하는 향기가 아…(생략)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건 당신이 남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나요? 하루하루 그 편지를 쓰면서 당신 마음이 어떠했을지 그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려요 그래도 남편이 알아차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으면 당신은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에요 전 결혼을 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저라면 남편에게 말했을 것 같아요 저는 혼자 아픔을 견뎌낼 만한 성격도 아니고 남편에게 알리고 마지막 시간을 정말 뜻 깊게 보내도록 했을 것 같아요 당신도 남편과의 마지막 시간을 시골에서 보냈잖아요 비록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편했었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평생을 살면서 진정한 사랑 한번 못 해 보고 죽어야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요 그런 사람에 비하면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했고 진정한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러니 마음 편히 가지세요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주어진 운명이라면 좋게 생각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면에서 당신은 멋지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아요 짧게 살아야 했고 사랑하는 두 사람을 두고 가야 했지만 당신의 삶은 멋졌어요 하늘 나라에선 더 이상 아프지 말고 당신의 남편과 아이를 잘 지키며 살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