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병태에게 병태에게

병태에게
병태야, 안녕? 난 xx고 해. 여름이 오려나 했더니 이상하게 다시 기운이 뚝 떨어져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로 편지 를 쓰고 있단다.;; 난 추운 게 싫거든. 글쓰는데 재주가 없어서 그러니까 서투른 편지라도 끝까지 읽어 줘.
너를 처음 본 게 중학교 때였는데 시간이 참 많이 지났구나. 나는 중학교 때가 가장 좋았던 거 같애. 그런데 고등학교에 오면서 친구들과도 떨어지고 성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래서 처음에 적응이 잘 안됐었어. 내가 보기엔 너도 그랬던 거 같아. 서울학교에서 시골로 왔을 때 모든 것에 불만이 많았을 거야. 후줄근한 학교 건물,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선생님, 급우들 위에서 군림하는 석대, 그런 석 대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묵묵히 따르는 아이들.. 많이 힘들고 짜증났을 거야.
그래도 넌 당당했던 게 나랑 참 다른 거 같다. 학교에 꼭 석대 같은 애가 한 명씩 있잖아. 초등학교 때 그…(생략)

학생의 개성을 무시하고 획일화시키는 교육부나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정부패를 일 삼는 정치인들에게 잘못된 일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 말이야. 내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들어 부쩍 학교나 사회가 잘못 되어 가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3이라는 시간이 힘들어서 공부하기 싫다는 핑계가 될 수 도 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가장 해야 할 것은 공부라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키우지 않고 무조건 외우고 시키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0교시에서 -1교시까지 강제적으로 시키는 교육 현실에서 일부 선생님들까지 이게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도 석대의 반아이들처럼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저 끌려가고 있다는 것에서 말이야.

병태야, 앞으로 나도 뒤에서만 비난 하지 않고 처음의 너처럼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그 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내 편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나중에 쓸 기회가 있으면 그때 또 보자. 다음에 다시 편지 쓸 때에는 내가 좀 달라져 있었으면 좋겠다. 몸조심하고 잘 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