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아저씨에게 아저씨

[유예] 아저씨(그)에게
안녕하세요. 아저씨의 이름 모르는 관계로 그냥 편하게 아저씨(결혼도 안 하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라고 부르겠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저는 xx이라고 합니다. 우선 이런 기회가 생겨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아저씨를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나마 아저씨를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너에게 죽기전에 1시간의 시간을 주겠다.!!-
.. 글쎄요. 나의 죽음이 바로 한시간 후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끔씩 친구들이랑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거니?`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농담으로 나는 사과나무 심을 꺼야. 이런 대답을 하곤 하지만 아저씨한테 농담은 못 하겠네요. 처음엔 (빨갱이죠,) 적군에게 넘어가지 않고 소신껏 죽음을 택하는 것을 보고 굉장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패전을 했지만 그래도 소대장이라는 자리 지키고 죽어 가는…(생략)

란 세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전쟁의 참혹함 다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처음으로 전쟁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이 중학교때 라이언일병구하기라는 영화를 봤었을 때입니다. 그때 진짜 잔인하다고 느꼈는데 그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것들이 전쟁의 모습을 잘 표현했더라구요. 폭탄이 하나 터진다싶으면 다리가 잘리고. 돌아보니 동료들이 다 죽어있고.. 잔인했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충분히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저씨가 둑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도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슬픈 것은 아닌데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그렇더라구요. 아저씨도 그렇고 인민군들도 그렇고 그냥 그렇게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소름이 끼쳤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사람이라면 꼭 가져야할 것들. 감정? 인간성마저 상실해 버리도록 합니다. 적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취급을 받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사람이 많이 죽여도 칭찬 받는다는 곳이 전쟁이라는 소리이니까요. 아저씨가 둑길 위에서 죽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말.. 생명을 便값보다더 가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특히 아저씨의 마지막 부하였던 선임하사는 전쟁이 아니라면 충분히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었을 텐데.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생각하는 것 같아서 싫었습니다. 총에 맞아서 죽으면서도 웃습니다. 저도 저 상황이라면 웃을까 두렵습니다.
전쟁.. 특히 6.25 한국전쟁은 지금생각하면 정말 무의미한 전쟁입니다. 아저씨가 함께 싸운 사람이 우리 동포들 아닙니까? 지금은 못 만나서 안달해 하는데 그때는 왜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해야만 했는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야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는 희생자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희생자입니다.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희생자이지요.

아저씨 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에게 1시간의 시간을 준다면 아저씨처럼 지나간일을 생각하며 보내지 않을겁니다. 죽는 것도 싫고 사회주의 믿으면서 목숨을 구하는것도 싫고 그 한시간을 나의 노력으로 평생의 시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왜 죽습니까. 아저씨처럼 그들이 마련해준 길을 걸으면서 죽지도 않겠습니다. 반항하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탈출을 시도 해 보겠습니다. 스스로 포기하진 않을겁니다. 살아나가서 나중에 늙어서 손녀와 손자를 보게 된다면 옛날에 이런일이 있었어. 너희들은 절대로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아저씨가 못한일을 제가 해 보겠습니다.

아저씨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제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시간도 늦어서 이만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이 어지러운 세계정세 속에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면서 아저씨도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럼 안녕히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