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야생초편지를 읽고 야생초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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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편지를 읽고 야생초편지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본문/내용

제목 : 야생초가 내 눈 앞에
책이름 : 야생초 편지
작가 : 황태권
출판사 : 도솔
황태권 작가 선생님께
잘 계시는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쓰신 야생초 편지를 읽은 한 학생입니다. 제가 느낌표를 자주 보는데요. 그때 선생님의 책이 소개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야생초 편지라고 해서 해석이 잘 안되었는데 읽으면서 왜 그렇게 제목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자셨다고요. 제가 숙제로 책을 한글 읽고 편지를 썼었는데 그 책에서도 감옥 안에서의 편지들을 모아서 책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신영복 작가 선생님이요. 그 선생님은 감옥 안에서 보낸 편지들을 엮어 놓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야생의 풀이나 꽃들을 책이다가 옮겨 놓으셨더군요. 편지들과 함께. 선생님의 프로필을 보면서 선생님께서 학원 간첩단 사건으로 감옥에 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괜히 그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생략)

만 저는 차라리 그 일 때문에 그 시간들 덕분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책 중에 제가 마음에 드는 것 하나가 있는데 선생님께 말씀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다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첫 장에 나온 글입니다. 선생님께서 야생초를 키우기 시작한 그때의 편지입니다.
요즘 비가 자주 내려서 산야의 어린 풀들이 신명이 났다. 내가 만든 작은 꽃밭에 옮겨 심은 야생초들이 이젠 완전히 뿌리를 내려 달콤한 봄비 속에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단다. 확실히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그냥 `물` 이 아니다. 맑은 날에는 꽃밭에 아무리 열심히 물을 주어 봐야 시들지만 않을 뿐 그저 그런데, 비만 오면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이 풀들이 아우성이야. 비간 온 다음 날 운동 나가서 풀들을 들여다보면 말쑥한 자태로 하루사이에 부적 자란 키를 자랑하고 있거든, 하긴 전지의 기를 담뿍 머금은 물을 원 없이 맞으니 어찌 좋지 않겠니 그동안 내가 키워온 풀들이다. 냉이, 제비꽃, 괭이밥, 씀바귀 마디풀, 방가지 풀, 지칭개, 개쑷갓, 황새냉이, 벼룩나물, 명아주, 쑥, 사철쑥, 상추, 꽃말이, 그리고 씨를 심어 싹을 틔운 나팔꽃과 사과나무, 뽕나무. 지금 제비꽃은 다 지고 씀바귀 꽃만이 한창이다. 그밖에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것 두세 가지가 더 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본 다음 알려줄게. 웬 꽃 이름을 이렇게 잘 아냐구. 사실은 본격적으로 야생화 공부를 하려고 이번 달에 거금 5만원을 투자해 야생화 도감을 하나 샀단다. 참한 출판사에서 최근에 발행한 `산과 들의 계절 식물` 이란 건데, 지금까지 나온 도감 중에는 가장 좋은 것 같지만 왠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특히 그림이 영 맘에 안 든다. 여러 사람이 분담하여 그렸기 때문에 일관성이 없고 또 정밀도와 묘사력이 서양의 것들과 비교해 많이 뒤진다.
선생님이 남동생, 아니면 여동생에게 쓴 것 같은데 너무나 사실적입니다. 저는 사실 야생초를 거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저에게 몇 가지만이라도 도움이 되어 좋습니다. 진짜로 몇 가지 안되지만 선생님의 책을 읽고, 야생초 몇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선생님은 성공하신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 더 저처럼 야생초를 알렸으니 책을 쓴 보람은 느끼실 수 있으시겠지요.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 야생초가 몇 가지나 됩니까 그리고 현재 확인된 야생초는 몇 가지이고 저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켜야할 소중한 몇 안 되는 야생초는 무엇입니까 또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은 어떤 것인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써주십시오.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언제가 되더라도 선생님을 뵐 수 있다면 그때는 제가 선생님보다 더 많은 야생초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긴장하십시오. 그리고 저도 이만 편지를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2003년 8월 24일 일요일
야생초 속에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