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용빈언니에게 용빈언니

박경리-김약국의 딸들
용빈 언니께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xx라고 해요. 제가 사는 곳은 언니의 고향 통영과는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죠. 지금은, 4학년때 전학와서 xxxx학교 x학년에 재학중이랍니다.
예전에 언니가 통영의 가스등은 다정스럽고 슬퍼서 좋다고 했던거 기억나세요? 그말 듣고,고향에 대한 언니의 사랑을 느낄수 있었어요. 흙냄새를 맡을 때면 고향이 그리워 지는 제맘하고 비슷한 거였겠죠? 하지만, 이제 언니는 모든 비극이 일어 났던 그 곳은 생각조차 하기 싫으실테죠......조선땅 전부가 싫다고 할 정도로... 언니가 많이 사랑한 통영을 잃은 것 은 단순한 고향이 아닌 언니 전부를 잃은 것 이니까요.그곳을 떠날수 밖에 없었던 그 슬픔이 얼마나 컷을까요?저는 아직 삶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것을 잃는것이 뭔지 모르는 어린 소녀이지만 언니의 아픔이 얼마만큼 이였을지 짐작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요…(생략)

아니예요.언니네의 일이 안타깝다는 거죠.

처음에 제가 저희집이 딸부잣집 이라고 했듯이, 저희집도 딸딸딸딸 집안이예요.말도 많고 탈도 많죠.물론 언니네 만큼은 아니지만요. 저희 둘째언니가 어릴때 부터 제멋대로 천방지축인데 용란이와 닮은꼴 이죠.용란이 처럼 드세진 않지만요.무슨일이든 뒷일은 생각도 않하고 우선 저지르고 보는 성격탓에 우리의 미움을 독차지 하고 있죠.그렇다고 사이가 나쁜건 아니예요.또,애교가 많아서 부모님은 언니가 잘못을 해도 크게 나무라진 않으세요.용빈이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큰언니와 닮았구요,저는 말이 적고 심성이 고운 용옥이와 비슷한것 같아요.저도 어머니께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집안일을 많이 돕거든요.하지만 얼굴은 셋째답게 제가 제일 예쁘답니다.제 밑에 동생은 아버지 나이 마흔에 본 늦둥이예요. 귀염성 스럽고 언니를 위할줄 아는 모습이 용혜와 닮았지요.김약국 아저씨께서 걱정이 많으셔서 몸이 약한건 알았지만 암으로 돌아가실 줄은 몰랐어요. 언니도 많이 놀랬죠?저희 아버지도 요즘 부쩍 쇠약해 지셨는데,빨리 병원에 모셔가봐야 겠어요.사실, 얼마전 고모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삼촌도 똑같은 병으로 투병중이시거든요.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에 저희집도 요즘 많이 힘들답니다.

언니,요즘에도 교회 열심히 다니세요? 저는 절에 다니는데요 요즘은 고3이라 시간이 없어서 못나가고 있어요. 언니만큼 믿음이 강하지도 않구요.아참,예전에 홍섭이 아저씨와 영화관에서 마주친 후로는 연락이 없으세요?그때 언니를 보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듯한 홍섭이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 쌤통 이였어요.

언니네 집안의 불행을 두고 어른들은 김약국 아저씨가 비상을 먹고 죽은 사람의 자식이여서 별수 없다고 말하겠죠?하지만 그런게 어딨어요?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거잔아요.우리 앞으로 어떤 역경이 닥쳐도 희망을 잃어서는 않된다는 케이트 선생님의 말처럼 열심히 살아요.화이팅!요즘 환절기라 감기걸리기 쉬우니 조심하구요, 눈병도 조심하세요.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