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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유대에게
유대야, 안녕 ? 내 이름은 혜진이야. 너는 나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난 너로 인해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너로 인해 새롭게 보게 된 것들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난 이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옳다고 생각하고 따라가기만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뒤에 어떤 생각과 의도가 있는지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았고 해본적도 없었어, 그런데 너는 다르더라? 새 담임선생님께서 자율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말씀하실 때 넌 너의 예리한 판단력으로 담임선생님의 심중을 읽어냈어. 그리고 용기있게 선생님께 선장이 누구냐고 물었지. 난 놀랐어. 내가 너의 반에 한 학생이였다면, 나 역시 거기 앉아 있는 학생들과 다름없이 그 얘기를 들으면서, 담임선생님이 좋으신 분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꺼야. 그런데 너는 선생님이 하시는 자율이란 말 뒤에 숨겨진 힘을 본거야. 자율이란 말로 너희 위에 더욱더 군림하게 될 담임선생님의 힘을 말야. 난 그걸 보면서 넌 보통 아이들과 다른 눈을 갖고 있는 아이구나, 라고 생각 하게 되었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면서 너에게 앞으로 닥칠 일들을 넌 또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할까 궁금해 졌단다.
나는 널 지켜보면서 너의 주위에 있는 형우와 기표란 아이는 참으로 대립되는 성격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했어. 형우는 성실하고, 의협심 있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주 모범적인 아이라고 생각했고 기표는 잔인하고 불량스러우며, 악을 행하면서도 전혀 악에 대한 두려움과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아이, 정말 니 말처럼 악마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점점 상황이 이상해져 갔어. 아무리 기표를 구제하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컨닝을 도와주자고 제안하는 형우에게 난 다소 당황스러움을 느꼈어. 그 당황스러움은 형우가 단지 기표를 구제해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에 생긴 당황스러움이였어. 난 형우란 아이는 반을 위해…(생략)
성실하고 열심히인, 모든 아이들의 모범이 되는 그런 아이로 여겨왔기 때문에, 그런 형우의 태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그런데 역시 넌 나와 달랐어. 난 다만 형우의 태도에 의심이였을 뿐이였지만, 넌 그런 형우의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거야. 너의 그런 눈에는 한번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운 건 니가 그런 형우에 대해서 동의 해 줘버렸다는 점이였어. 넌 아주 예리한 판단력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꿰뚫어보는 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해 비판만 할 뿐 앞에 나서서 뜯어 고치려 하지 않는 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단다.
일은 점점 더 예상치 못한 쪽으로 향해갔어. 컨닝으로 형우가 기표의 자존심을 건드려 맞았으니까, 그걸로 형우는 겁에 질려 더 이상 기표의 일에 손도 대지 않을 꺼라고 여겼던 예상을 완전히 깨고 형우는 오히려 기표가 때렸다는 사실을 숨겨 영웅이 되버린거지. 난 참 어이가 없었어. 반 아이들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역시 반아이들 중의 한 명이였다면 뭐가 달랐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어. 그런데 날 더 어이없게 만든 것은 형우가 제안했던 컨닝은 담임선생님의 동의아래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너와의 대화에서 느낀 형우는 기표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아이란 거였어. 유대야, 넌 알고 있었겠지? 난 이번 일을 보면서 형우에게 왠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받았어. 겉과 속이 철저하게 다른 형우의 모습에 말야.
이 일을 계기로 형우는 재수파와 악마같은 존재였던 최기표를 기표의 집안 사정을 바탕으로 우정이 깊은 친구들과 동정받아야 할 아주 불쌍한 학생으로 둔갑 시켜버렸지. 멋진 언변과 속임수였어. 그렇게 간단하게 기표를 무너뜨리는 형우를 보면서 너는 어떤 느낌이였니 ? 난 정말 악마는 기표가 아닌 형우란 생각을 했어. 나에게 형우가 보여준 행동들과 말들은 기표가 너와 형우를 잔인하게 구타한 것 보다 훨씬 무서운 공포로 다가왔어. 기표가 남기고 사라진 쪽지에 쓰여져 있던 ?? 무서워서 살 수 없다?? 라는 말에 난 공감한단다. 기표는 단순한 악마였지만, 형우는 기표 위에서 기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던거야.
유대야, 난 형우와 담임선생님이 정당화 된 폭력으로 기표를 무너뜨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형우와 담임선생님, 그리고 기표의 일에 대해 유일하게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너였고, 그 이면이 무엇인지 꿰뚫고 있던 사람도 너였다고 생각해. 난 너의 예리한 판단력을 높게 평가 한단다. 니가 판단한 형우나, 담임선생님의 심중은 정확했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는 니 판단으로는 옳지 못하다고는 생각하면서 그저 생각만 할뿐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 그런 너의 태도가 기표를 저렇게 만드는데 한몫을 한거라고 생각하지 않니?
유대야, 난 이제 모든 것을 볼 때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 보기로 했어. 너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무비판적이고 생각없이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거든.
그리고 또 하나, 너로 인해 깨달은 건 당장 눈에 보이는 폭력이 무서운게 아니라는 점이야. 선의를 가장한 폭력이, 내 주위에도 많을꺼라 생각했어. 합법적인 권력으로 나를 조금씩 무너뜨려갈 그런 무서운 폭력이 ...말야. 그리고 난 너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그 상황에 맞써 싸울꺼야. 그 결과가 어떻게 되던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
유대야 너로 인해 깨달은 것이 나에게는 많이 소중하단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 같아. 너도 내가 너에게 해준 말 한 번 생각해 볼래? 너에게 불쾌한 말이 아닌, 널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는 말이였으면 좋겠다. ^^
그럼 이만 줄일께. 다음 편지할 때 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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