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장마를 읽고 난후 장마를 읽고 난 후

외할머니께
할머니, 그 동안 편안히 잘 계셨는지요?
저는 아무 탈없이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며 편안히 지내고 있어요.
어차피 이렇게 편지를 써 봤자 외할머니께서 직접 보지는 못 하시더라도 하늘나라에서 마음속으로는 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조금만 있으면 그 때처럼 그 지겨운 장마가 시작될 거예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몇 십년이 된 것 같은데도 저는 아직까지도 외할머니의 살아생전 모습이 제 머릿속에는 생생히 기억이 나요.
쓰러졌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도 그리고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가 전사하신 외삼촌의 모습, 빨치산이 되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삼촌의 모습도 모두모두 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을 모습들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 당시 철없던 저의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사이가 한 동안…(생략)

생각해 보니 그 구렁이는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삼촌의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외할머니와 할머니는 그 때 바로 알아차렸던 거지요?
그래서 삼촌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안 할머니께서 쓰러지신 거고...
외할머니께서 삼촌의 영혼이 되어 돌아온 구렁이를 달래기 위해 쓰러지신 할머니를 대신하고 머릿카락을 태웠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외할머니도 아들을 잃은 슬픔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할머니의 심정을 더 잘 이해 했으리라 저는 생각해요.
그 일을 계기로 두 할머니께서 화해를 하게 되어 기뻤지만 쓰러지신 할머니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당신의 아들이 계신 곳으로 떠나게 되어 안타까웠어요.
외할머니께서도 할머니의 죽음이 아주 충격적이셨죠? 외할머니께서도 할머니와 정이 많이 들었을 테니까요... 6.25로 인해 아직도 남북이 갈라져 있는 상태지만 남북한 온 국민의 소망처럼 하루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외할머니와 할머니처럼 말이예요.
제가 너무 옛날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말 한 것 같네요.
그럼 여기서 그만 적도록 할게요. 외할머니... 하늘나라에서 부디 잘 지내시구요.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외삼촌에게도 안부인사 꼭 전해 주세요. 다음에 또 편지 하겠습니다. -손자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