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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게
- `소나기`를 읽고 -
안녕. 소년아 내가 누군지 알겠니? 내가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게 처음 있는 일이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 편지도 자주하고 놀기도 많이 놀았다면 좋겠는데, 지금 와서야 많이 후회가 되네. 내 꿈은 해볼 것 다 해보고 후회 없이 떠나는 거였는데 후회도 많이 남고 다 이루지도 못한 채 이렇게 떠나게 될 줄이야. 내가 한 가지 말해 두는데 이 편지 꽤 길다고 느껴질지 몰라. 왜냐면 내가 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는 편지이며 내가 멀리 떠나도 이 편지 읽으며 날 기억해 주길 바라는 소망이기 대문이야. 읽다가 지루하더라도 한자 한자 다 읽어주었으면 좋겠어. 있잖아 너는 아니? 내가 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편지를 쓰는 지를...... 그 이유는 너와의 만남이 내 마지막 추억이기도 하고 왜지 행복하며 애틋했거든.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지금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모두 차지하는 건 너의 생각뿐 이…(생략)

기쁘던지. 비단조개는 잊지 않고 꼭 기억할거야. 그 뒤 헤어질 길이 다가왔지. 난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산 너머에 가보자고 했지. 너의 대답은 조금 시큰 둥 했지만 나는 계속 가보자고 해서 너도 끝내 같이 가게 되었지. 무지 행복한 순간이었어. 우린 무도 먹고 좀 맛이 없었지만. 꽃도 따고! 네가 내가 꽃을 꺾다가 무릎을 다치자 응급처치를 해 주었지. 그 때가 네가 제일 남자답고 멋져 보였어. 그런 말은 못해 주게 되었지만.... 그 뒷 이야기가 안 좋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소나기가 내렸지 순식간에 어둠으로 세상이 덮히고, 나는 몸이 쇄약해져 갔지. 너는 그런 나를 위해 비를 피할 곳으로 찾아 다녔지. 그러다 원두막을 찾아서 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수 밭 쪽에서 수숫단으로 만든 곳에 들어가 있었지. 네가 밖에 있길래 불렀는데 수숫단 안이 쫍아서 너와 붙어 있게 되었어. 나는 두근두근 거리기도 하고 쇄약한 몸을 지탱하기 힘들었어. 그대로 있다가 소나기가 멈추고 나가는데 난관에 부딪힌거야. 도랑이 불어서 도저히 지나가기 힘든 상황이었지. 그때 난 또 한 번 너에게 감동을 받고 말았어. 네가 날 업더니 도랑을 건너가는 거야. 나는 그때 일로 너에게 더욱 멋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지. 그러나 나가지 못했어. 몸이 아파졌어. 며칠 뒤 나는 나가서 널 만나게 되었지. 너는 날 걱정해 주었어. 나는 네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너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너의 멋졌던 모습을 떠올려 그 증거물을 보여주었지. 너는 쑥스러워 했고, 나는 그때 선물도 줬어. 대추였지. 일단 선물을 주고 서글픈 소식 하나 전하려고 이사 가게 된 이야기. 난 물론 반대였지만. 너는 아무 말이 없었어. 고민을 하는 거겠지? 하지만 난 그때 더욱 많은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을 텐데. 하긴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 나 지금 이 편지 쓰면서 무슨 표정 짓는지 알아? 그래, 물론 슬픈 표정이겠지. 그렇지만 그 표정 위에 또 한 표정이 겹쳐져 있어. 무슨 표정인지 아니. 웃는 표정이야. 후회도 많이 되지만 이 편지 쓰면서 다시 한 번 너와의 추억들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너와의 추억은 정말 행복하고 기뻣어 . 결국 이사를 가는 것보다 더 먼 곳에 가게 된 나를 잊지 말아줘. 이건 너무 욕심인가? 하긴 내 욕심 때문에 앞으로 많이 남은 너의 인생의 걸림돌이 되면 안되겠지? 그래, 나라는 너를 좋아하는 소녀가 한 명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줘. 그래도 네가 날 잊게 되어도 나는 영원히 네 위에서 널 바라 볼 테니까. 그리고 작은 소망 하나가 더 있다면 웃고 다녀줘. 그래야 나도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편해지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 웃는 얼굴로 다니자. 그리고 이제서야 말 하는데 그 동안 너의 모습이 너무 멋졌어. 너의 아래도 웃으며 활기차고 멋지게 이어졌으면 하고 나도 바라고 있어..
안녕,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