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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진수오빠께-*
안녕하세요? 전 만도아저씨와 진수오빠를 열렬히 사모하는 소녀, ??xx??라고 해요.
한창 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엊그제 무시무시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더니 이젠 날씨가
쌀쌀해져서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이런 날씨에는 감기 걸리기 쉽상인데 어디 아프
시진 않으신지요? 저는 아주 잘 견뎌내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잔병치레 많은 고3이
라고 하지만 저는 예외인 것 같아요.^^
오빠와 만도아저씨의 가슴 찡한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온전한 정신과 건강한 몸상태로 편지를 쓸 수 있으니까요.
전 지금도 눈에 선해요. 진수오빠가 막 기차에서 내려 아버지를 불렀을 때, 오빠의 텅빈 바지 한 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그리고 그렇게 다리하나를 잃어서 돌아온 아들을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바라보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눈물로 바라보는 오빠... 이 모두가 제 눈과 마음을 함께 울려버렸어요. 그리고 그 만남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또 미어질지 알기에 더욱더 안타까워서 울었어요. 그때 오빠의 속도 말이 아니었겠죠? 왠지 전 그런 오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적 다치는 일이 많았거든요. 미끄러지는 바람에 턱을 깨서 9바늘 꿰매고, 계단에서 굴러 이마 12바늘 꿰매고, 대문에 손이 끼여서 손톱이 빠지는 건 수차례여서 그건 일도 아니였어요. 그 때마다 아프다고 연신 소리쳐대며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저만 아파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다칠 때마다 저보다 더 놀라서 걱정해주시고 정성껏 보살펴주신 부모님이 계셨거든요. 가끔 새벽 내내 열이나고 아플 때는 잠도 못 주무시고 간호해주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 죄송스러움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나 때문에 괜히 고생시켜드리는 거 같아서...
오빠의 마음도 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뵙고 싶은
아버지께 온전하지 못한 몸을…(생략)
보여드릴 수 밖에 없는 오빤, 아버지께서 괜히 더 걱정하시지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 설령 짐이 되진 않을까.. 하고 죄송해하는
마음을 갖고 계셨던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부터 그런 마음은 훌훌 털어버리세요!!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건 전혀 그런게 아니거든요. 전 아플 때 마다 ??엄마, 미안해-?? 라고 응석부리듯 말해 봐요. 그럼 항상 엄마는 괜한 말 한다고 하시면서 엄마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때 마다 다른 약은 다 필요 없고 그냥 엄마의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병이 그냥 낫는 거 같아요.
오빠도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오빠를 사랑해주시는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만도아저씨는
벌써 오빠가 아버지께 죄송해한다는 마음을 읽고 오빠의 다리를 꼭 안아서 업어주셨을 거예요. 오빠를 만나기전에 만도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르죠? 새벽 동이 틀 때부터
서둘러서 역으로 나가시면서 용머리재도 단숨에 넘어버리시고는 아들 줄 고등어를 사기위해
길까지 둘러 가셨어요. 기차가 도착하고 한참 후에야 다리 한쪽을 잃은 오빠를 보자 아들
마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갈까 하는 두려움에 오랜만에 만난 오빠에게 퉁명스럽게 대한
거예요.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저씨가 오빠와 걸음을 맞춰 좀 더 많은 얘기를 나
누기를 바랬는데 역시 경상도 사나이라서 그런지 저의 아버지만큼이나 무뚝뚝하시더군요.
그래도 오빠는 아버지를 이해하시죠? 다 큰 아들에게 선뜻 등을 내주며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는 아버지는 속으로 한없이 깊은 사랑을 주시고 계신다는 것을.
저의 아버지도 무척이나 무뚝뚝한 편이셔서 감정표현을 정말 안하시는 편이예요. 그래서
어렸을 적엔 아버지가 그냥 무서울 뿐이였어요. 하지만 점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도 하나 하나 느낄 수 있게 되었죠. 고 3이다 보니 밤 11시 40분까지
자습을 하는데 매일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러 오세요. 피곤하실텐데도 저를 위해 오시는 아버지께 얼마나 감사 한지 몰라요. 하루는 아버지께서 모임에 참석하셨다가 저를 데려다주시고는 다시 모임에 가기위해 저를 먼저 집으로 올려 보내시는데 제가 집앞 까지 도착하면 그때서야 조용한 길 위에 아버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요. 제가 무사히 도착하는 걸 보고 발
걸음을 돌리시는 것이었어요. 정말 저에겐 어디서나 절 지켜주는 수호천사를 얻은 기분 이
었지요. 다시 한번 아버지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구요.
오빠의 수호천사인 만도아저씨는 튼튼한 두다리로 오빠를 지탱해주고, 만도아저씨의 수호천사인 오빠는 건강한 팔로 만도아저씨에게 자유를 주죠? 이렇게 함께 해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고 힘을 북돋워 주는 존재가 바로 ??가족?? 이예요.^^ 그리고 오빠는 그런 가족이 이미 곁에 있구요.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가족인 두 분에게서 저는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고 3이란 이름 덕에 아침에 엄마 얼굴 잠깐, 밤에 아빠 얼굴 잠깐, 동생은
거의 볼 수 없다보니 어느새 전 가족을 제 생활에서 한 쪽으로 밀어두고 살았었던 거 같아
요. 하지만 두 분을 통해 알게 된 가슴 찡한 사랑으로 전 다시 한번 가족을 머리 깊이,가슴
깊이 안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비록 전쟁의 상처는 오빠와 만도아저씨께 남아 있겠지만 전 두 분의 따뜻한 사랑이 얼마든지 상처를 덮고 행복의 새 살이 보드랍게 돋아 날거라고 믿어요. 분명 그럴거구요.
오빠!!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굳세게 이겨내세요. 두 분이 함
께하면 무적파워 인거 아시죠? ^^ 저도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더 씩씩하
게 해쳐나갈꺼예요. 제겐 벌써 두 분께 배운 정말 귀하고 값진 사랑과 행복이란 힘이 마음
속을 무적파워로 가득 채워가고 있거든요~. 또 다시 감사드려요!!
오빠, 지금까지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이렇게 편지 쓸 수 있었다는게 영광이었요.^^ 그리고 제가 얻은 소중한 보물들도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줄일께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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