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코울필드에게 호밀밭의파수꾼

홀든 코울필드에게
코울필드! 안녕~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지희라고 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엔 오늘 봄비가 내렸어. 하루 종일 집에 불도 켜지 않은 채 혼자 있으면서 갑자기 네 이야기가 생각 나더라. 내가 널 처음 알게 된 건 16살 때였어. 그때 너도 16살이었지. 어느덧 3년이 지나 우리 이제 19살이 됐구나. 넌 그동안 잘 지냈겠지?
3년 전 내가 너의 이야기를 처음 읽게 되었을 때 솔직히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었어. 학교를 네 번씩 이나 퇴학당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뛰쳐나와 술이나 마시고 하루 종일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는 그런 문제아 인줄만 알았거든.
하지만 오늘 네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내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 너의 그런 방항심은 일반적으로 사춘기 때 나타나는 단순하고 무모한 것이 아니었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사회에 대한 부적응이라고나 할까. 네 주위 사람들은 널 타락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지. …(생략)

속에서 순수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지 않을까?

우스꽝스러운 빨간 사냥 모자를 쓰고 센트럴 파크의 연못에 사는 오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처음엔 나도 그저 웃음이 나던 거 있지. 하지만 이젠 진정 중요한 것을 모르고 먹고 마시는 일에만 열중하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져. 나도 이젠 너처럼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 해.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라고 외치던 김수영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나는구나. 양심과 정의가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랑스러운 너의 동생 피비는 잘 있는지 궁금하구나. 네가 서부로 떠난 다고 했을 때 짐 가방을 들고 같이 가자고 졸라대던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는걸. 편지를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아. 피비 에게도 안부 전해 주길 바랄게. 너 또한 멋진 파수꾼이 되길 바라면서...... 그럼 몸 건강하고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