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안녕하십니까, 프랑켄슈타인 박사님. 최근에 당신의 연구 결과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런 편지를 드립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라고 믿어져지지 않는 당신의 `괴물`에 대해 우선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은 모든 과학자들이 염원해 마지않는 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비록 끝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현대과학 중 가장 많은 논란이 되고있는 인간복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저절로 당신이 생각납니다. 인간복제와 당신의 연구는 전혀 닮은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시간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결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제로 태어난 아기.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피조물.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당신이 만들어낸 그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몸…(생략)

에 대한 끝없는 열정의 결과물인, 결국 당신의 목을 졸라버린 그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학문을 목마르게 갈구하며 지식에 대한 열망에 가득 차 있는 것은 물론 옳은 일이며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 나가버린 열망은 더 이상 유익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위험하기만 한 그런 것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아아, 박사님과 인간복제 연구를 추진하는 과학자 분들에게 실례였다면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하지만 저에겐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물론 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절대 악, 그리고 절대 선 역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것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길로 새어나갔군요. 아까 얘기하던 화제로 돌아가죠.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보자면, 현대의 인간 복제, 그리고 박사님의 괴물. 이 두 결과물의 존재는 잔잔한 물의 표면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 같은 것입니다. 그 존재는 아주 작은 것이나 그것들이 불러오는 여파는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제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 아시겠습니까? 바꿔 말하자면, 여파는 너무나도 커서, 그 존재마저 `잡아먹어` 버립니다. 태어나게 된 이유야 어떻든, 자신에게 주어진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들은 조용히 살고 싶고, 삶을 충실히 살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크게 퍼져나간 여파 때문에, 그들의 삶은 잠시도 조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삶의 목표는 이미 어긋나 버린 지 오래겠지요. 아주 작은 곳이라도, 그들의 삶은 균열을 이룰 것이며, 결국 산산조각 나 버릴 것입니다. 당신의 괴물 역시 그랬지 않습니까? 당신의 괴물 역시 참된 삶을 살아가고 싶어했으나 추악한 외모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을 덮어버렸습니다. 현대의 복제인간이 평생 달고 다녀야만 할 복제인간이라는 꼬리표는 당신의 괴물의 추악한 외모와 같습니다. 사람들의 편견, 그것이 그들의 참된 맘을 잡아먹어 버리고, 이정표를 잃어버린 비틀대는 걸음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뿐. 어쩌면 복제인간은 새로운 사회악의 씨앗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 생각엔 말이지요.
편지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군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괴물에게도 말이죠. 그리고 앞으로는 진정으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무엇인지를 깨달으시길 빕니다.